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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악화되는 도청 사건-녹음 「테이프」 2개 부재의 파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워싱턴=외신종합】「닉슨」 미 대통령은 「워터게이트」사건을 에워싼 폭풍의 사태를 피하려는 듯 1일 아무 예고 없이 훌쩍 「플로리다」 주의 하계 백악관으로 떠나가 버렸다. 대통령이 너무 급작스럽게 출발했기 때문에 보통 대통령을 수행하던 기자들과 「카메라 맨」들도 미처 소식을 몰라 「워싱턴」에 처지고 말았다.
백악관 당국은 대통령이 그토록 갑자기 떠날 이유에 대해 아무 시사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기자들은 「워터게이트」 도청 사건의 실마리를 풀 가장 중요한 녹음 「테이프」 2개가 없다는 놀랠 만한 사실이 발표된 후 빗발치기 시작한 비난과 공격을 모면하기 위해 대통령이 피난 가버린 것이 아닌가 추측했다.
그 발표가 있은 후 심지어 대통령의 오랜 강력한 지지자들인 공화당 우파들까지도 대통령의 정직성을 의심하게 되었고 대통령이 과연 앞으로 그러한 의심에서 풀려날 수 있을지조차 의문시했다.
백악관은 문제의 「테이프」 중 하나는 기계 고장으로 녹음되지 않았고 또 하나는 대통령이 사용했던 전화에 녹음기가 부착돼있지 않았다고 해명했는데 오랫동안 대통령을 강력히 지지해온 것으로 알려진 「배리·골드워터」 공화당 상원의원은 1일 성명을 발표, 『나는 이제 대통령에 대한 신빙성이 아마도 회복 불능할 정도로 최하의 수준에 떨어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 개인으로서는 백악관측 해명을 이해할 수 있으나 『미국 국민과 밀접한 접촉을 유지하고 있는 국회의원의 입장에서 볼 때 과연 그들 국민이 그러한 해명을 받아들일지 의심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 성명은 「닉슨」 대통령에게 의회에 출두하여 「워터게이트」 특별위원회에서 질문에 답변하도록 촉구하고 그 길만이 이번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보수파 공화당 상원의원 「제임즈·버클리」씨는 이보다 앞서 문제의 2개 「테이프」 사건은 「워터게이트」 사건에 대한 증인으로서의 모든 책임을 대통령에게 전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지적, 자기가 정직하다는 것을 미 국민에게 납득시킬 수 있느냐의 여부는 오직 대통령 자신에게 달렸다고 선언했다.
한편 민주당 측 반응을 보면 「존·터니」 상원의원은 『백악관이 사실을 말했다해도 그 말을 곧이 듣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오늘의 비극적인 사태이다』고 말하고 『대통령 재선위원회 참모들이 일부 문서들을 없애버렸고 연방수사국 (FBI)「L·패트릭·그레이」 전 국장 서리가 그 나머지 문장들을 모두 소각한 증거가 「워터게이트」 위원회에서 제시된 사실에 비추어 문제의 2개 「테이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발표는 의심받을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직은 이 발표로 인해 대통령 탄핵 운동에 박차가 가해지고 있지는 않으나 하원 법사위원회에는 수 개 탄핵 결의안이 제출돼있고 이에 관해 이미 한차례 회의가 개최되었다.
「마크·해트필드」 상원의원은 백악관의 그와 같은 발표는 행정부에 대한 신뢰감을 더욱 실추시켰다고 말했다.
최근 「워터게이트」 사건 담당 검사직에서 해임 당한 「아치볼드·콕스」씨는 문제의 녹음 「테이프」 들은 안전한 곳에 멀리 보관되어 있으며 전 백악관 수석 보좌관 「H·R·홀드먼」이외에는 아무도 가까이 접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휴버트·험프리」 상원의원은 백악관의 발표가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뉴요크 1일 로이터합동】「뉴요크·타임스」지는 1일 「워터게이트」 사건에 관련된 백악관 녹음 「테이프」 중 2개가 없다는 놀라운 사실은 아마도 사건 수사와 백악관의 신뢰성에 매우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닉슨」 대통령은 사건 해결에 실마리가 될 2개의 녹음 「테이프」가 없다는 사실에 대해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고 공개토론과 법원 공청회를 통해 녹음 「테이프」에 대한 말썽을 어째서 여러 날 동안이나 끌어왔는지 알 수 없다고 의문을 제기하고 녹음 「테이프」가 없다는 사실은 정의가 방해를 받고 진리가 도외시되고 있다는 일반의 의혹을 더욱 짙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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