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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릿상의 식단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요릿집에서도 표준식단제를 실시하기 위해 마련한 정부의 「요식조리 판매개선방안」은 요정과 한정식업소를 시설기준에 따라 3등급으로 나누고, 요릿상의 경우 기본 음식 외에 제공되는 요리는 현재의 20품, 15품, 12품에서 각각 9, 7, 5품으로 줄이고 음식값도 대폭 인하하여 4인 기준 한 장에 최고 3만4천 원을 받도록 하고 있다. 또 이 방안은 요릿집에서의「팁」강요행위도 금지하였고, 술값도 구입가격의 60%이내를 가산하여 별도로 받기로 하였다.
한정식의 밥상은 2종(7품, 5품)으로 제한하고 금지에 따라 최고 1천5백원에서 5백원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당국의 이와 같은 구상은 식생활 면에 있어서 사치와 낭비를 일소하고 요식업자들의 음식 판매를 합리화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구체화 한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까지 요릿집에서 제공하는 요릿상은 그 품종이 너무 많고, 값이 엄청나게 비싸 일인당 한끼의 요식대가 근로자 한 달의 봉급액보다 더 컸던 경우가 많았으므로 우리 사회에 있어서 사치와 낭비의 표본으로 지목되어 왔다.
손님 수에 비해 음식물의 질과 경이 과다하여 절반 이상을 먹지도 않고 버리는 때가 많았고 가격에는 아무런 합리적인 기준도 설정되어 있지 않아 업자가 제멋대로 부르는 요식대를 지불하는 수밖에 없었다. 일부 몰지각한 특권층·부유층은 값이 비싼 요릿집에 안내하는 것이 손님에 대한 융숭한 대접으로 생각하고 고급요정에 빈번히 드나들었으므로 요식대의 상한은 선정될 수가 없었다. 이 까닭으로 고급요정의 존재 자체가 근면하고 검소한 서민인중의 원성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므로 정부가 마련한 개선방안은 비단 사치와 낭비를 억제할 뿐만 아니라, 사회부조리에 대한 서민층의 원성을 제거하는데도 큰 도움을 주리라고 생각한다.
요식업자들은 그 요식 종류에 따라 한식·양식·중국식·일본식 등으로 나누어진다. 그중 말썽이 일어난 것은 주로 한식위주의 요릿집이다. 이것은 한식위주의 요릿집이 봉건시대 양반들의 낭비적인 식생활의 나쁜 유습을 그냥 전승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식요리집이 우리 민족 고유의 음식을 맛보게 한다는 것은 조금도 나쁜 일이 아니요, 오히려 자랑스러운 일이다.
다만 문제는 전통적인 음식을 맛보게 한다 하면서 그와 같은 요릿집에도 도대체 국적을 알 수 없는 음식들이 판을 치고, 그것도 서민층의 식생활 수준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게 사치·낭비만을 일삼고 있다는데 있다.
이점, 앞으로 한식요정업자들은 자진해서 요식 판매의 사치·낭비를 절제함과 동시에, 우리 민족 고요의 전통적 음식의 진미를 살린 요리와 술을 내 놓도록 각별히 공부할 필요가 있다. 이 점에서 우선 시급한 것은 우리 음식의 질적 내용에 관한 표준을 설정하는 일이다. 된장찌개 하나에도 들어가야 할 재료의 종류와 그 분량 등을 정해 적어도 한식요리라면 이 정도의 수준은 갖추어야 한다는 질적 규제가 필요할 것이다.
정부 당국은 요리상 간소화·요식대 인화 조치를 취하는데 연말까지는 지도계몽기간을 두고 새해부터 「개선방안」의 실시대상이 되는 요식업자들은 법에 의한 강제를 받기 전에 요식이나 주류의 제공, 요식업의 운영방식에 있어서 일대 합리적인 개혁을 단행함으로써 자발적 호응의 모범이 되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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