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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경계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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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촌각이 새롭다. 중동의 포화가 멎는가 싶더니, 어느새 소국 국방성은 비상경계령을 내렸다. 중동의 재 휴전이 확인된 지 불과 10여 시간만에 일어난 사태이다. 이런 군사명령은 62년 「쿠바」의 「미사일」 위기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비상경계령」의 근거는 소련의 군사적 위협에 있다, 국방성은 소련군이 「아랍」에 파견될 지도 모를 국면에 대처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뉴요크·타임스」지의 「제임즈·레스튼」도 그와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
비상사태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불안과 공포를 자아내게 한다. 국민들이 비상의 진상에 깊은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세계의 초강국을 대표하고 있는 부국과 소련의 군소적인 대치는 바로 세계적인 불안으로 확산된다. 비상경계령을 영어로는 「mility alert」라고 한다. 그러나 이런 표현만으로는 그 긴박도를 알 수 없다. 우중들은 다만 「비상」령에 가슴을 두근거릴 뿐이다. 미국군사용어에선 이런 사태를 「데프콘1」이라고 말한다. 「디펜스·컨디션」(defense condition)의 약어이다. 「데프콘」에는 다섯 가지 상황이 있다. 「데프콘1」은 전쟁의 발발, 「데프콘2」는 전쟁 일보전, 「데프콘3」은 준비완료, 「데프콘4」는 경계태세 「데프콘5」는 비상해제.
이번의 비상경계령은 「데프콘」의 3이나 4의 국면에 해당할 것 같다. 「2」나 「1」의 상황은 아직 정세로 확인된 것이 없다.
현대전의 위협 속에서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역시 핵 저지군이다. 미국에선 「니브래스카」주에 있는 전략공탁사령부(SAC)가 바로 그 임무를 맡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SAC는 비상경계령 속에서 전투참모요원만이 임무에 나섰다고 한다. 따라서 「전쟁1보전」을 예측할 수 있는 동원령은 없었다. 그것은 「데프콘3」단계를 의미한다. 또 「쿠바」의 위기와 동등한 비상태세로 평가되는 것은 역시 「데프콘3」의 상황을 짐작케 한다.
그러나 이 비상령이 부분적으로 해제되기 시작한 것을 보면 「데프콘4」의 단계도 예측할 수 있다. 그것은 「4」다음의 단계가 바로 해제를 의미하는 「데프콘5」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라면 비교적 경미한 상황일 것이다. 가슴을 두근거릴 필요도 없는 것이다.
그러나 「비상경계령」이라는 「저널리스틱」한 표현은 미국민과 세계의 시민들을 놀라게 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일각에서 미국상원의 「풀브라이트」의원(외교분위장)과 같은 사람은 『국내적인 정치 배려의 일환』이라는 평가도 하고 있다. 「비상」을 국내의 정치적 목적으로 이임하는 것은 그 나라 정치도의의 수준을 짐작하게 한다. 「닉슨」대통령에게 그런 약점이 엿보이는 것은 어쨌든 불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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