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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닝」한 것을 또 「커닝」하고 시험장 감독은 있으나 마나|여수시 시험 부정 사건의 수사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여수시의 5급 공무원 공개 채용 시험 부정 사건은 지방시·군에서 실시하는 시험 감독의 소홀과 객관식 출제로 인해 「커닝」하기 쉽다는데서 빚어진 것이다.
현재까지 검찰수사로 밝혀진 범행수법을 보면 수배중인 주범 김달원(47·전직경찰간부·광주시 황금동22의2)을 정점으로 한 일당은 「피라미드」식 점조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부정수험자들은 서로 얼굴을 모르는 교묘한 방법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답 쓴 미농지 돌려>
주범 김은 광주시내에 있는 모대학의 우수한 학생5명을 골라 이들을 합숙까지 시켜가면서 부정시험 선수로 길러낸 뒤 연락책들이 골라온 부정 합격희망자들과 접선시켜 시험장에 합께 들어간 뒤 「커닝」을 시켜 주었다는 점에서 장시일에 걸친 조직적인 범행으로 지적되고있다.
특히 훈련받은 대학생들은 공개채용 시험이 있기 전에 미리 주민등록을 옮겨 응시 자격을 얻은 다음 다른 응시자들과 함께 시험장에 들어가 미리 짠 응시자들에게 미농지에 정답을 써주고는 자기들은 일부러 답을 틀리게 써 낙방하고 「커닝」해준 사람들을 합격시키는 수법을 써왔다.

<4∼30만원씩 사례>
지금까지 검거된 부정합격자는 모두 12명인데 이중 10명은 최저4만원에서 최고30만원까지 내고 이 조직에 가담하여 부정 합격한 것으로 밝혀졌고 정종기와 박양순(여)등 2명은 이들의 조직과는 상관없으나 시험장에서 범법자들이 부정시험을 치르는 것을 눈치채고 곁눈질로 답안을 훔쳐보아 단순한 「커닝」만으로 합격한 것으로 가려져 시험장관리가 얼마나 허술했는가를 드러내고 있다.
즉 「커닝」하는 것을 다시「커닝」할 정도로 문란했던 것을 반영하고 있다.
주범 김이 10명을 이 방법으로 합격시켜주고 받은 돈은 모두 1백90만원으로 알려졌다. 돈 전달은 응시자들이 먼저 접선한 연락책의 이름으로 은행에 예금시킨 통장만 주고 도장은 자신들이 갖고 있다가 합격이 확정된 후 도장을 전달하는 방법을 써왔다는 것이다.
또 이 사건은 연락책을 맡았던 최종남(32·여천군 요촌면 월산리)이 여수시험 후 춘천에서도 이와 비슷한 수법으로 부정시험을 치르다 잡혀 구속 중에 있어 단순한 여수에 국한되지 않고 보다 넓은 조직망을 갖고있는 것으로 보이고있다.

<경찰 초동 수사 실수>
광주지검 순천지청 김흥동 검사는 처음 이사건의 정보를 입수, 여수경찰서에 수사지시를 했으나 한달이 가깝도록 아무런 진전이 없어 지난15일 자신이 수사에 나서 부정조직을 적발했다는 것으로 경찰은 초동수사에서 큰 실수를 범했다. 이 사건의 수사단서는 합격자들의 수험번호가 이상하게도 공통점을 지닌 배수로 되어있어 미리 계획된 시험부정을 위한 좌석배열이 아닌가보고 이점에 중점수사를 편 것이 적중한 것이다. 따라서 수사는 시험감독관들도 관련되지 않았나 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있다.
검찰은 이 사건의 관련자27명 중 주범 김을 제외한 모대학 5명과 연락책 5명(1명은 춘천교도소수감 중) 및 공무원 3명 부정합격자 7명 등 20명을 구속하고 5명을 불구속입건, 조사중이나 주범 김이 검거되어야만 부정의 전모가 더 정확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시험관리당국의 관리책임으로 번져 19일 전남도는 여수시 충무과장 송민섭씨를 직위 해체하는 한편 여수시에 대한 감사에 착수, 여수시총무과직원 유팽렬씨와 공화동직원 박재영씨, 동산동직원 김모씨 등 3명과 부정시험 선수로 등장한 대학생 윤종수군 등 4명을 21일 추가 구속, 사건이 더 확대되고 있다고 또 검찰은 주범 김이 여천군시험에도 관련됐다는 확증을 잡아 수사가 학대되고 있다. 어쨌든 범행의 수법 등은 검찰의 수사로 밝혀지겠지만 공개시험관리에 큰 헛점이 있었던 것만은 부인할 수 없게 되었다. <순천=정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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