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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헌법정신에 맞는 교육감선거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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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
서울교대 교수

올해 6월 4일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선거가 있는 것은 알아도 함께 치러지는 교육감 선거는 잘 모르거나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자녀 교육을 책임지겠다는 교육감 후보가 어떤 사람인지, 교육공약은 무엇인지 꼼꼼히 살펴봐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선 정치선거와 함께 치러지면서 ‘1인 8표’제로 투표가 복잡한 게 문제다. 이러니 교육감 후보나 공약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찍는 이른바 ‘묻지 마 선거, 깜깜이 선거’로 흐르기 십상이다. 또한 정당과 무관함에도 특정 정당과 연계된 듯이 보이도록 투표용지 상단에 이름이 올라가기 위해 추첨에 목을 매는 ‘로또선거’라는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올해도 교육감을 기존 선거운영 방식으로 직선할 경우 지난 2010년 선거에서 나타났던 정치적 이념대결, 혼탁·담합·비리의 구태가 고스란히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다행히 여야 합의로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교육감선거 및 교육자치 개선방안을 논의 중이다. 그러나 1월 말까지 교육자치법의 정개특위 방안을 마련하려면 일정이 빡빡하 다. 한시바삐 교육감 선거 및 교육자치제 개선 방향을 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큰 줄기는 헌법 정신에 충실해야 한다. 헌법 제31조 4항은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선 볼 수 없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전문성, 자주성 보장’을 명시하고 있다. 교육이 특정 정당이나 정치세력 등 정치적 입김에서 벗어나 본연의 임무에 충실케 하자는 국가적 안전장치인 것이다. 이런 헌법정신에 따라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교육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 확보를 위해 교육감직선제의 폐해를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선거 자체가 고도의 정치행위인 만큼 교육감선거도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저해하고 정파성과 진영논리로 흐를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여기에다 후보자 개인이 평균 11억5600만원의 막대한 선거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훌륭한 교육자의 출마를 어렵게 하며 각종 비리 발생의 근본 원인이기도 하다. 따라서 교육선거 본질에 맞게 ‘교육(감)선거특별법’을 제정해 선거완전공영제를 실시해야 한다. 직선제를 유지한다고 해도 후보자별 개인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후보를 홍보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할 것이다. 후보난립 우려는 기탁금을 올리거나 선거비용을 반환해 주는 득표율 상향조정, 선거구별 추천인제 도입 등을 통해 해소해야 한다.

 둘째, 교육의 전문성을 보장하기 위해 올해 선거부터 교육감의 ‘5년 교육경력’ 조건을 부활할 필요가 있다. 교육감은 단순한 교육정책 집행자가 아닌 지방교육정책을 결정·집행하는 독임제 기관의 장이다. 따라서 전문적 식견이 필수조건이다.

 셋째, 교육의 자주성을 위해 올해 6월 폐지 위기에 있는 시·도교육위원회의 존속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당 배경에서 벗어나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고 지역교육에 대한 전문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시의회는 서울시교육청이 동의하지 않는 올해 교육 예산안을 의결해 사상 처음으로 교육청 예산이 부동의 재의 요구 절차를 밟게 됐다. 이런 사례처럼 대부분 정당 소속인 시·도의원이 교육 및 학예분야를 심의·의결할 경우 정치논리에 따라 시·도 교육이 좌지우지될 우려가 크다.

 마지막으로, 이 기회에 전 주민 직선제를 탈피해 과감하게 ‘제한적 직선제’나 ‘임명제’ 전환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또한 직선제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점에서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를 검증받아볼 필요도 있다. 시간이 없다. 다음달 4일 교육감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다. 정개특위가 올바른 개정안을 시급히 마련해 교육계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서울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