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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할린 교포의 송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3일 동안에 걸쳐 「모스크바」에서 열렸던 일·소 수뇌 회담의 공동 성명서가 발표되었다. 이 성명에서 한국 민의 특별한 관심을 모은 대목은 일·소가 남북 대화를 환영한 사실이라 하겠으나, 이 성명과 연관하여 일본 정부 수뇌자들이 「사할린」의 일본인 송환이 검토될 때에는 한국인 문제도 적용될 것임을 명백히 한 점이라 하겠다.
전중 일본 수상은 10일 「브레즈네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에게 「사할린」 거주 일본인과 귀환 희망 한국인의 명단을 전달, 조속한 송환을 요망했으며 「브레즈네프」 또한 그 선처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진 것이다.
일·소 정상 회담을 계기로 처음부터 우리의 특별한 관심을 끈 것은 실상 「사할린」 교포 문제였다고 하겠다. 과거 소련은 「사할린」에 거주하는 한 교들의 송환을 일본이 요청하고 입국 「비자」를 발급하는 경우에는 일본으로 돌려보낸 용의가 있다고 표명하였고, 이에 대해 일본 전중 수상도 방소에 앞서 소련과 절충할 용의가 있음을 피력한 바 있었던 것인데 이제 그것이 어느 정도 타결될 서광이 비친 것이다.
알다시피 재「사할린」 교포들은 대부분이 일제 때에 강제 징용되어간 사람들로서, 그 뒤 30여년간을 망향 속에 보내고 있으며 홍안의 청장년들이 이제는 백발의 노인이 되어 환국을 일각천추처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애절한 호소는 우리 나라 신문에도 자주 보도된 바 있다.
이들의 송환 문제는 인도적 문제로서 일본이 마땅히 책임지고 노력했어야 하는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래 일본 정부는 한국 교포들이 현재는 자기 국민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이의 송환에 소극적인 태도로 수수방관을 일삼아왔던 것이요, 이는 인도상으로는 물론 국제 도의상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다.
일본은 자국민에 대하여서는 56년10월에 체결된 『일본과 소련과의 공동 선언』에서 『소련방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모든 일본인은 이 공동 선언의 효력 발생과 함께 석방되고 일본에 송환되는 것으로 한다. 또 소련은 일본국의 요청에 따라 소식 불명의 일본인에 관하여 계속 조사를 행하는 것으로 한다』고 하여 일본인 문제만 해결하고 한국인 문제는 치지도외 했었다.
일본에 의하여 강제 징용되거나 징병되어 소련에 억류되고 있는 한국인의 송환 문제가 일본의 책임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패전 당시의 한국인은 일본 국적을 가지고 있었고, 또 타의에 의하여 일본 국적이 강제적으로 박탈된 것이요, 소련의 점령 지역에서 국적 선택의 자유가 없었기 때문에 무국적자로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국제법적으로는 일본인으로 취급되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기 때문이다.
소련이 재 「사할린」 교포를 외교 관계가 없는 대한민국이나 그 영향하의 북한에 송환하려고 하지 않고 굳이 일본에 송환시키겠다고 하고 있는 이유도 요는 그들의 일본 국적이 강제적으로 박탈된 것을 인식한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도 일본이 이들 한국 교포의 일본 송환 후 영주권 문제 등 골치 아픈 문제의 재발을 우려하는 나머지 송환 자체에 방관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는가.
우리는 일본이 소련과 같이 국제 인권 규약에 서명함으로써 국제적인 인권 보장에 노력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 대국인 일본은 이제 국제도의 면에서 대국답게 재「사할린」 한인 교포 송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주기를 요망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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