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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속의 호황…복병은 곳곳에 있다|송기철 <고려대 교수·경영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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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높은 푸른 하늘 밑에서 한햇 동안 애써 땀흘린 곡식을 거두기에 한창 바쁜때야말로 바로 10월이다.
이 10월을 맞아 금년의 벼농사는 농민과 농촌 지도자 및 정부의 한해 및 수해를 극복하려는 노력의 결과로 대풍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올해의 경제 성장율은 16%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6%란 높은 예상 경제 성장율을 반영해서인지는 몰라도 경제기획원에서 발표한 9월중 경제 동향을 얼핏보면 풍성한 경제 활동을 보여 주어 작년 이맘때와 대비해 볼 때에 흐뭇한 느낌조차 없지 않다.
생산과 출하가 모두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수출은 9월중에 올해 들어 최고의 실적인 3억1천6백60만불이나 되어 9월말 현재 총 수출액은 거의 21억불에 이르고 있다. 외화 보유액도 9억7천만불에 이르고 있으며 약간 둔화 추세를 보이던 건축 허가는 8월에 들어 22·7%가 증가, 다시 건축 경기가 상승하고 있다.
『막상 추수를 해보니 소출이 줄어든다』는 말도 있듯이 이런 풍성한 경제 활동 속에서도 적지 않이 문젯점은 내재해 있다. 우선 수출 수요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수입액은 8월말 현재 26억2천5백만불로 무역 역조는 9월말 현재 거의 10억불에 이를 것이 예상되고 있다. 그리고 8월중에 약간 둔화되었던 국내 여신 공급이 9월중에 다시 크게 늘어난 사실이다. 8월중엔 국내 여신 증가가 1백24억원에 머물렀으나 9월엔 3백41억원으로 급증, 2·8배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러한 9월중의 국내 여신의 급증은 추석을 전후한 계절적 자금 수요 증가와 수출 호조로 인한 해외 부문의 유동성 공급 증가 등에 기인한다.
다음으로 국제 「인플레」에 따른 수입 원자재 값의 계속적인 상승과 계절적인 국내 수요 증가로 9월 중에 도매 물가 지수는 8월 비 1·6%, 작년 말 비 7·5%가 올랐다.
또 서울 소비자 물가 지수도 9월중에 1·1%가 상승, 작년 말보다 3·2%가 올랐다. 한편 수입 상품 도매 물가 지수는 8월 비 2·0%, 작년 말 비 12·1%가 각각 올랐다.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면 고도 성장 밑에서 투자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대할 뿐만 아니라 소비가 신장되고 수출 수요가 급증하는 환경 밑에서 국내 물가가 국제 「인플레」 유입과 계절적인 수요 증가에 따른 상압 작용으로 도매 물가와 소비자 물가가 모두 크게 오름세를 보여 「인플레」속의 호황 현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10월 이후의 경기를 전망함에 있어 국내외 경제 여건에 어떤 급격한 변화가 없는 한 당분간 생산·수출·투자 활동의 활발화가 지속될 것이 예상된다. 그러나 이 호황을 위협할 수 있는 여러 복병이 많이 잠재해 있음을 자각하고 호황의 지속화에 모든 힘을 기울여야 한다.
우선 수출 주도형으로 경제 개발을 추구하고 있는 한국 경제로선 유리한 국제 경제 환경의 지속화야말로 절대로 필요한 전제 조건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작금의 국제 경제 환경은 예측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 무쌍하다.
국제 「인플레」, 국제 통화 위기, 국제 자원 위기, 보호무역주의 등과 같은 것이 바로 그 일례라 할 수 있는데 이들에 대한 유효·적절·신속한 대응책이야말로 지속적 호황을 누릴 수 있는 열쇠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특히 국제 경제 정보의 신속·정확한 수집과 과학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하는 유효 적절한 대응책이 시급하다.
다음으로 역시 안정 기조의 견지다. 자금은 많이 풀리고 있으나 그것이 해외 부문에의 과잉 유동성화하여 항간에서 비유적으로 말하듯이 『수출 업계 주변에선 개까지도 5백원 권을 물고 다닌다』는 사태가 벌어져 비 해외 부문, 특히 중소 기업 부문에 적지 않은 주름살이 되고 있다. 사채 시장의 활기, 부동산 경기 부활, 재고 투자 경향, 증시의 퇴조 등은 우리가 주시하여야 할 경제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물가 3%선 내외 억제에 대한 이론적 뒷받침을 한 기관마저도 물가 정책의 선회를 명시적으로 시사하고 있음은 74년을 얼마 남기지 않은 이 마당에 있어 재검토되어야 할 과제이다. 「국제적 경제 감정서」로서 정부가 높이 평가하는 세계 은행이 때마침 제시한 문제점, 권고 및 불 확실 요인 중 첫째 물가 정책의 신축적 운용, 둘째 국제 경제 동향에 대한 기민한 대책 수립, 세째 과잉 유동성의 흡수 등은 이 달의 경제를 보면서 특히 음미되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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