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3)한국축구 패인과 재기 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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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국축구는 지난주 서울의「홈·그라운드」에서 열린 제3회 박 대통령배 쟁탈 「아시아」축구대회에서 숙적인「버마」에 또다시 l-0으로 패배,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 주었다.
이 패배는 한국축구가「뮌헨·월드·컵」의 대 호주 전을 불과 20일 앞두고 초래된 것이기에 실망이 더욱 컸으리라 믿는다.
그런데다 불난 집에 부채질한다는 속담 그대로 대표 「팀」의 간판이라 할 수 있는 공격진의 박이천과 문수의 이세연 선수가「코칭·스텝」에 불만을 품고 사퇴했다는 「뉴스」가 퍼져 「팬」들의 분노를 더욱 가열시키고 있다.
모두가 합심해서 대 호주 전을 대비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축구를 발전시켜야 할 이 시기에 이런 달갑지 않은「뉴스」가 들러니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기조차 하다.
돌이켜보면 이번 박 대통령배 대회에서 우리가 패배한 것은 첫째로 대표선수가 너무 자주 교체되어 조직화된 능숙한「플레이」를 하지 못한데 그 원인이 있다 하겠다.
그 둘째는 전술적인 취약점이었다. 이 전술적인 것을 세분해서 말한다면 우리「팀」의 공수에는「게임」의「리더」가 없었고 고정된 단조로운 공격, 즉 장신의 김재한을「포스트」에 박아 놓고 한결같이「볼」을 띄움으로써 장대가 너무도 쉽게 방어할 수 있는 공격을 했다는 점이다.
그 세 째는 선수들이 단합되지 못했고 정신면의 대비가 약했다는 것이다.
나는 이 같은 점이 한국「팀」의 허점인 것으로 알기 때문에 대 호주 전에는 좀더 선수들과「코칭·스탭」이 단합해서 정신무장을 강화하고 부분적이나마 새로운 전술 면의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또한 우리의 김재한을 공격에서 십분 이용하는 것만큼 장신의 호주 공격진을 대비하는 대책이 마련되어야겠다.
이런 전술적인 것은「코칭·스탭」에서 하겠지만 당장 시급한 것은 선수의 이탈을 방지하고 보강을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이점은 선수들과 임원 진이 한국축구가 현재 존망의 위기에서 있음을 재인식하고 서로가 승복할 것은 승복하고 양보할 것은 양보하는 선에서 해결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어느 쪽에서도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 3간을 태우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용식<전 국가대표팀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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