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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체계개편은 사회변혁과 직결 … 세대 이기주의 버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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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박근혜 대통령은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노사관계는 법과 원칙, 국민 전체 이익이라는 두 가지 기본 틀 위에서 서로 양보하고 타협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위원장 김대환·사진)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지난해 10년 만에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노사정위원회를 방문했다” “경제회복 불씨가 살아나는 시기에 대승적 차원에서 노사가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길 당부한다” “사회적 대타협위원회는 이미 구성돼 있는 노사정위원회에서 모든 문제를 논의하고 더 필요하면 확대할 수 있겠지만, 이것저것 만들면 큰 성과를 볼 수 없다. 여기(노사정위)에 집중해서 응원하고 힘을 보태야 할 것”이라고 했다. 고용·노동 현안뿐 아니라 사회적 갈등 요소까지 노사정위를 축으로 삼아 정리해 나갈 뜻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노사정 대타협에 이르기까지 과정은 험난해 보인다. 노동계와 정부의 갈등이 전면전 양상을 띠고 있어서다. 노사정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던 한국노총마저 지난해 노사정위에서 철수했다. 공식적인 탈퇴는 아니지만 노사정위는 식물상태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 대통령의 회견내용은 법과 원칙을 바탕으로 양보와 타협을 추구하는 김 위원장의 평소 생각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김 위원장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그의 얘기를 들어봤다.

 - 박 대통령이 소통의 구체적 실현 통로로 노사정위원회를 지목했다.

 “무겁고 큰 짐을 진 느낌이다. 근로시간 단축이나 정년연장, 통상임금 산정방법 변경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은 사회변혁과 직결된 것이다.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따라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이를 잘 풀라’는 사명을 대통령이 주신 것이라 생각한다.”

 - 박 대통령이 법과 원칙, 국민의 이익이라는 대타협의 2대 원칙을 강조했다.

 “국익을 도외시한 담합은 곤란하다. 각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타협은 있을 수 없다. 서로 양보해야 하는데, 그 기준은 국가의 이익이 될 수밖에 없다. 올해 고용현안은 대체로 임금과 연결된다. 노동계가 양보하기 쉽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목전의 이익보다는 일자리를 유지하고, 창출하고, 질을 높이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것이 다음 세대를 위한 현 시대를 사는 우리의 책무다. 세대 이기주의라는 비판을 받지 않길 바란다.”

 - 지난해에도 박 대통령이 10년 만에 노사정위를 방문하며 힘을 실었지만 노사정위가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평이 나온다.

 “가슴 아픈 일이다. (노사정위의) 위상은 참여 주체가 상생협력하는 자세를 가질 때 높아질 수 있다. 노사정위는 행정권한이 있는 곳이 아니다. 각 주체들이 좀 더 넓고 길게 봐야 한다. 당장의 이익만 따지면 노사정위의 위상뿐 아니라 참여 주체의 위신도 떨어뜨리게 된다.”

 - 올해 노사정위를 이끌어가는 데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이 있다면.

 “각 이슈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 작업부터 할 생각이다. 지금까지는 각 이슈에 대해 노·사·정 주체들만 얘기하는 모양새였다. 그러다보니 일방적이고 좁은 논리만 가지고 얘기하고, 다퉜다. 이제는 누구나 각 현안을 이해하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 말 그대로 초급단계의 공감대부터 끌어내겠다는 것이다. 이슈의 본질은 무엇인지, 방향은 어떻게 가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작업을 우선하고, 이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한 뒤 타협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서로를 이해하고, 넓고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을 것이다.”

 - 노동계를 끌어들일 정부의 복안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의 복안이라는 게 획기적일 수는 없다. 부족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저소득층과 같은 사각지대에 놓인 국민을 더 보듬는 작업을 계속해야 한다. 노동계도 외곽에서 논평하고 투쟁하는 방어적 입장에서 전향적으로 대화에 나서 사각지대 해소에 힘을 보태야 한다.”

 - 노사문제에 대한 정치권의 개입이 늘 논란을 일으킨다.

 “정치권을 도외시할 수는 없겠지만, 철도파업에서 보듯 정치권이 나서 갈등을 증폭시키고, 노사문제를 정치쟁점화해서는 안 된다. 정당 정치 구도 속에 노사문제를 가두려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용가치로 고용·노동문제를 다루면 절대 타협과 합의를 이룰 수 없다. (노동계가) 정치권으로 달려가는 것이 단순히 노사정위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차원이 아니라 국민대통합의 실타래를 얽히게 만든다.”

김기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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