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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규의 알몸 다이어트⑤] 사랑니의 테러, 휴식의 기술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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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니가 나인가, 내가 사랑니인가. 뽑혀버린 신체의 일부를 물끄러미 보고 있자니, 처량해진다. 물아일체(物我一體 )의 경지가 내게 왔나. 국민 MC를 꿈꿨건만, 푹 빠져있던 ‘신화방송’도 막을 내린단다. 이젠 쓸모없게 된 사랑니, 꼭 나 같다.

[사진=사랑니 부은 얼굴]

사랑니의 메시지

신호가 왔다. 카트리나급 초강력 급브레이크다. 욱신거리는 왼쪽 어금니. 아프다 말다를 반복하기에, 그냥 뒀던 것이 화근이었다. 지난해 12월 27일 JTBC ‘신화방송’을 하며 친해진 가수 이민우 형과 송년회를 했다. 집에 돌아와 자고 일어나니 퉁퉁 부은 얼굴. 얼굴을 송곳으로 찌를 듯한 통증이 몰려왔다. 병원을 찾아가니 치과의사가 혀를 끌끌 찬다.

“아니 왜 이지경이 되도록 사랑니를 놔뒀어요? 일단 염증치료부터 합시다. 이제 집에서 쉬세요. 운동도 안됩니다!”

아니, 뭐라? 운동도 안 된다니. “왜 안되나요?” 조심스레 물어보니 의사선생님, 이렇게 말씀하신다. 과거에도 잇몸에 염증이 생겨서 욱신욱신 아픈 적이 있었던 건, 이미 사랑니에 문제가 많이 생겼다는 증거란다. 한동안 아프다가 말았으니 ‘아, 다 나았구나’라고 생각했겠지만 사실은 정반대라고 했다. 염증이 누그러지지 않고 계속 잠복해 있었다는 얘기다.

고개가 끄덕여진다. 다이어트 선언을 하고, 한 달간 무리해서 달렸다. 사람 욕심도 많아 송년회 자리까지 죄다 챙겨가며 살았더니 뚝 떨어진 체력. 면역력이 급저하하면서, 숨어있던 염증들이 고개를 내밀었다. 이젠 어쩔 수 없다. 사랑니를 빼는 수밖에. 병원에선 사랑니를 빼면, 일주일을 더 운동을 쉬어야 한다고 했다.

“괜찮아, 이건 과정일 뿐”

휴식의 기술

[1주차(왼쪽), 5주차(오른쪽)]

이달 3일 다시 병원을 찾았다. 사랑니를 빼고, 퉁퉁 부은 얼굴로, 김대환 트레이너를 찾았다. 어김없이 진행한 체성분 분석. 체중은 일주일 사이 800g이 늘어난 85㎏. 체지방은 지난주 대비 400g이 줄었다. 근육량은 200g이 늘어있었다. 몸무게는 늘었지만, 체지방이 줄고, 근육량이 늘어난 건 다행이었다.

1주일간 운동을 못했으니, 의기소침했다. 게다가 신화방송도 끝나고, 히든싱어2와 함께 진행하던 히든싱어 히든스토리도 막을 내리게 됐다. 사랑니 때문에 얼굴이 부어, 새해 보신각종 중계 행사며, 회사 종무식 사회까지 모두 동료 아나운서에게 일을 미뤄야했다. 방송 안하는 아나운서. 이만큼 무기력한 건 없었다.

“왜 하필이면, 이렇게 운동에 탄력 받을 때 사랑니가 발목을 잡는 거야? 왜 뭔가 하려면 아픈 거지?”

김대환 트레이너에게 하소연을 했다. 그랬더니, 트레이너는 아주 시큰둥한 얼굴로 이렇게 말한다.

“그게 아냐. 이런 건 거쳐야 하는 하나의 과정일 뿐이야. 사랑니 때문에 운동 못한다, 방송을 못 한다, 이런 게 아니거든. 아픈 시간이 있지만 해낸다는 게 더 중요하잖아.”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다. 그래 맞다. 한 번도 완벽한 조건 속에서 뭔가를 해본 적이 있었나. 사랑니가 아프다고, 운동을 못한다고 다이어트를 못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조바심을 버리고, 약속을 지켜보자.

휴식의 기술, 해독의 식단

[사진=디톡스 음료]

김 트레이너는 이렇게 말했다. “사랑니 문제로 운동을 못했고, 식단 조절도 못했지만 체지방이 400g이나 빠질 수 있었던 것은 그간의 노력 때문이다. 전체적인 신진대사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매일 운동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한 달간 열심히 운동한 덕에 운동을 일주일 쉬었지만,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던 것 같다. 지난 1주일 간 몸의 전반적인 피로가 회복되는 시간이었다고 봐야 한다. ”

운동만큼 중요한 휴식. 김 트레이너는 휴식에도 기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운동 중엔 근육이 손실되고, 운동 후 휴식 중 근육이 튼튼해진다. 휴식 중에 근육과 에너지가 회복되기 때문에 적절한 휴식 기법도 중요하다. 적절한 단백질과 포도당, 무기질 등의 섭취가 필요하다. 혈액의 양을 적절히 유지시킬 수 있는 물의 공급(1㎏ 감소시 1L의 수분 감소로 추정해 물을 1.5배 마셔야 한다)도 중요하다. 고강도 운동은 면역체계를 손상시킬 수 있으니, 비타민 C를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수면은 하루 8시간 정도가 좋다.”

장성규 아나운서는 일주일 동안 식단을 이렇게 정했다.

[해독식단]

아침,점심=닭가슴살, 파프리카, 브로콜리, 바나나 반개, 사과 반쪽+저지방 우유

저녁=단백질 위주 식단(단, 튀김 라면 등 탄수화물은 제외)

사랑니 때문에 뭔가 먹는 것은 고역이었다. 그래도 식욕은 꾸역꾸역 올라왔다. 아침과 점심엔 해독 식단을 선택했다. 충분한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을 섭취할 수 있도록 꾸려진 식단이었다. 저지방 우유를 넣고 믹서기에 갈아주면 되는데, 포만감도 있는 데다, 사과와 바나나가 들어가서 맛도 좋은 편이다. 낮 시간 동안엔 식단을 지키기가 쉬웠는데, 저녁으로 갈수록 야식의 유혹이 심했다. 그래서 소고기를 구워서 잘게 잘라 먹으며 식탐을 눌렀다. 염분 섭취는 해도 튀김이나 라면은 입에 안 대도록 했다. 아픈 기간 동안 먹고 자고를 반복했지만 마음을 다잡는 시간이 됐다.

“2014년, 새해를 맞아 다이어트를 결심했던 분들, 하지만 작심삼일로 끝나 좌절감을 느끼시는 분들! 한번 무너졌다고, 안 된다고, 포기하지 맙시다. 목표지점을 향해, 달려가는 재미를 찾아봅시다!”

정리=김현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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