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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태평양 귀신 참배 동남아, 왜 소리 못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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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돈에 눈이 가려 ‘정의’를 못 보고 있다.” “‘성숙한 주권국’으로 보기 힘들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이어 남태평양 제도에 있는 위령비 참배 계획을 밝힌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침묵하는 동남아 국가들을 강하게 비난했다.

 ‘인민일보 해외판’은 4일 “동남아, 당신은 왜 아베에게 늦가을 매미처럼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나”란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기사는 “아베 총리가 지난해 12월 26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선전 포고’ 같은 신년사로도 부족해 2년 안에 태평양 제도를 방문해 망령을 참배할 계획을 밝혔다”며 “이는 아베가 국내에서의 ‘귀신 참배’도 부족해 해외에서까지 ‘귀신 참배’를 하겠다는 의미”라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의 행보에 동남아 국가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베트남 외교부가 “일본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관련국들과 협력해 문제를 처리하길 희망한다”고 모호하게 발표한 것이 유일한 공식 반응이다.

 중국사회과학원 일본연구소 가오훙(高洪) 연구원은 “전후 일본은 공적개발원조(ODA) 방식으로 돈을 살포해 동남아 국가들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였다”며 “‘이익에 눈이 멀어 의리를 저버렸다(見利忘義)’는 말은 필리핀과 같은 나라에 조금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중국외교학원의 저우융성(周永生) 교수도 “아베 총리는 중국 위협론을 내세우며 동남아 국가에 해양 순시정을 제공하는 등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포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우 교수는 “일본이 동남아에 제공하는 경제원조 가운데 무상 원조는 전체의 10%에 불과하지만 동남아 국가들은 돈줄이 끊기는 모험을 원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일본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은 인도네시아에서 400만 명, 베트남에서 200만 명, 필리핀에서는 111만 명, 미얀마에서는 30만 명, 싱가포르에서도 15만 명을 살해했다.

 익명의 전문가는 서방의 긴 식민지배에 이어 일본 식민지를 경험한 동남아 국가들에 “일본 점령기간이 비교적 짧아 현지인들은 도리어 일본을 해방자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베는 동남아에 이어 남태평양으로 일본의 영향력 확대를 노리고 있다. 올 초부터 남태평양 국가들을 방문해 정부 원조와 각종 경제지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9월에 열릴 예정인 남태평양 국가 정상회의 참가를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차관급 관리를 파견해 왔지만 올해부터 총리로 격을 올려 이 지역에 대한 영향력 강화를 노리겠다는 복안이다.

 인민일보 해외판은 “아베의 A급 전범 참배는 도쿄 전범재판을 뒤집는 것이자 일본 군국주의의 침략과 식민 통치 역사를 미화하는 행위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국제질서를 부정하는 도발행위”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동남아 국가들이 정의로운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다면 이 지역을 주도할 수 없게 된다”고 역설했다. ‘인민일보’ 역시 5일자부터 ‘일본 역사문제 초점’ 시리즈 연재를 시작하면서 일본 비판 논조를 이어갔다.

신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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