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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발현상 훔친 차 이용 강도사건|한결같이 미궁으로|구로 공단 사건을 계기로 본 그 요인과 수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잔인한 범행수법>
국민은행 아현동지점 예금주 이정수씨 피납사건이 채 해결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훔친 차를 이용한 끔쩍한 강도사건이 또 일어났다. 한국 「호꾸리꾸」회사 경리사원 전기호씨(26) 피습사건은 지난 72년 7월27일 상업은행 용산 지점 앞 김영근씨(53·상명초등교 고용원) 피납사건 이후 1년 남짓한 사이에 잇달아 일어난 6번째의 도난차 강도사건. 이 같은 자동차 강도사건의 다발현상은 차량증가와 더불어 늘어난 차량 전문절도범이 점차 강력범으로 범죄의 「에스컬레이트」를 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특히 그 동안 연거푸 일어난 도난차 강도사건을 단 1건도 해결치 못하고 있는 경찰수사의 무력함이 무엇보다도 같은 유형의 범죄를 재발시키는 커다란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민은행 아현동 지점 예금주 이정수씨 피납사건을 전후해서 꼬리를 물고 있는 도난차 강도사건의 범인들은 대부분 ▲범행도구로 차를 훔치는 절도행위를 선행하고 ▲피해자를 총으로 쏘거나 칼로 마구 찌르는 잔인성을 보이며 ▲범행 뒤에는 차를 잽싸게 몰아 으슥한 곳에 팽개치고 감쪽같이 자취를 감추는 등 치밀함과 대담성을 다 함께 보여주고 있다.
이번 사건의 범인도 피해자 전기호씨를 쏘아 복부 관통상을 입히고 돈을 뺏어 미리 훔쳤던 차를 몰고 달아나다가 목격자 남영우씨(35·여·「야쿠르트」배달원)가 『강도야!』고 소리치자 차를 후진시켜 다시 현장으로와 총부리로 위협하는 대담성과 민첩한 운전솜씨를 보였다.
경찰은 그 동안 일어난 도난 자동차 강도사건의 수법을 분석, 이들 범인들이 모두 운전은 물론 형태변경 등 자동차취급에 익숙하고 자동차를 일반인의 눈에 띄지 않게 장기간 숨겨둘 수 있는 주택, 개인차고 또는 창고 등 은닉장소를 가지고 있는 전직 또는 현직 운전사로 강력범의 전과자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 범인은 지난 1일 하오 10시∼11시 사이에 「할리우드」극장 앞에서 훔친 김장수씨(37·서울 종로구 동숭동 129)의 「코로나」를 여러 곳에 손질을 해 원형을 바꾸었다.

<차종 모두 코티나>
지난해 10월5일 사건발생 23일만에 서울 영등포구 봉천동 610의4 이병철씨(35)집 앞 공터에서 버려진 채 발견된 이정수씨 피납사건의 범행차량 서울 자l-635호 검은색 구형「코니나」 도 그해 8월15일 차주 김봉주씨(40)가 남산팔각정아래 공영주차장에서 도난 당할 때에 비해 크게 다른 모습이었다.
이 차는 「보니트」오른쪽에 나있던 길이 5cm가량의 흠이 없어졌고, 뒷유리창과 양쪽문의 유리에 푸른색 「코팅」이 돼 있었다. 깨어진 오른쪽 뒤 「스톱·라이트」의 뚜껑도 새것으로 바꿔져 있었다.

<사전에 현장답사>
경찰은 이 같은 형태변경이 모두 거칠은 솜씨로 돼있는 점으로 미루어 차를 다룬 경험이 많은 범인들이 직접 했거나 무허가 정비공장 등에서 은밀히 작업을 했을 것으로 보고있다.
또 이들 범인들은 모두가 범행장소와 범행 차 유기장소의 자동차 길에 밝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어 사전에 현장답사 등 치밀한 계획아래 범행을 저지른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의 범인은 사건현장인 구로 공단 일대가 바둑판 모양 큰길이 많이 나있으나 공장정문이나 막다른 골목으로 연결되는 미로가 대부분인데도 용하게 두 곳뿐인 시내 쪽 길을 찾아 달아날 수 있을 만큼 지리에 밝았다.
차를 버릴 때도 으슥한 주택가 공터에 차 머리를 길 앞으로 돌려놓을 만큼 여유를 보였다. 이정수씨 피납사건 때 범인이 마포 쪽에서 범행을 저지르고 영등포 쪽에다 차를 버린 것처럼 이번 사건은 영등포 쪽에서 범행을 하고 마포방향에 차를 유기해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경찰은 이정수씨 피납사건의 범인도 차를 버릴 때 새로 뚫려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순환도로가의 호젓한 골목길을 「라이트」를 끄고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지리에 익숙했다는 점을 상기, 이를 사건의 범인이 다같이 이 두 지역과 관계가 있는 인물일 것으로 보고 수사를 펴고 있다. 최근에 일어난 6건의 도난 차 강도사건은 모두 차종이 「코티나」로 한결같이 운전사가 「키」를 잠그고 자리를 비운 사이에 도난 당한 차들이다.
경찰은 「코티나」가 시동열쇠구멍이 비교적 넓어 비슷한 열쇠로도 쉽게 시동을 켤 수 있다고 지적하고 범인들은 이 같은 「코티나」의 구조와 취약점을 잘 아는 차량 전문 절도가 관계돼있거나 절도범이 강력범화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차량 전문 절도범들은 ①세워둔 차를 「드라이버」나 비슷한 열쇠를 사용, 문을 열거나 ②차 앞 삼각유리에 물을 적신 신문종이나 손수건을 바른 뒤 주먹으로 깨뜨려 문을 열고 ③비탈길 같은 곳에 세워둔 차를 으슥한 곳으로 끌고 가 시동을 걸고 ④시동열쇠를 못 열 때는 「배터리」선을 직선으로 이어 쉽게 차를 몰고 달아나는 수법을 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강력 사건을 막는 길은 『범인은 반드시 잡힌다』는 관례를 만들어 땅에 떨어진 경찰의 신뢰를 되찾는 길뿐이다. <금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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