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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문학 장르로서 존재이유 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최근 문학의 한 「장르」로서의 시조를 둘러싸고 문학평론가 염무웅씨와 시조 시인 이근배씨가 열띤 논쟁을 벌인데 뒤이어 25일 경기도 벽제서 열린 한국 아동 문학회 개최 「세미나」에서 아동 문학가 박화목씨가 『아동 문학이라는 「장르」는 철폐돼야 하다』고 주장, 문제의 주목을 끌고 있다.
이날 『동시의 본질과 기법상의 문제점』이라는 제목의 주제 발표에서 박화목씨는 동시 본질에 관한 정론을 다음과 같은 6개의 측면에서 고찰했다.
즉 『①동심과 아동의 정감을 제재로 했다고 해서 다 동시일 수는 없다.
따라서 동시가 반드시 어린이를 위한 시작품이냐 또는 시인 자신을 위한 시냐 하는 문제가 제기 된다. ②동시와 동요의 구별도 오늘날 중요한 문제점이 되고 있는데 동시는 사실상 상고 문학에서 전승돼 온 민속요 전래 동요의 잔재로서 오늘의 기능은 거의 무력화 돼 있다. ③근래에 동화시가 출현하고 있는데 이것은 서사시의 부활을 시도한 착오로서 난센스라고 할 수밖에 없다. ④발라드 형식의 동시에 적합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도 고려되어야 한다. ⑤동시란 낱말 자체도 검토돼야 한다. ⑥동시(아동문학)와 성인시(성인 문학)의 경계선을 어디다 설정할 것인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는 것 등이다.
박화목씨의 이 주제 발표 요지는 오늘의 아동 문학 작품에 성인 독자가 없으리라는 법이 없으며 어린이들이 세계 명작을 애독한다고 해서 그것을 아동문학으로 간주할 수 있을 것인가, 즉 아동 문학가가 주로 아동(혹은 청소년)을 독자 대상으로 창작하는 입장을 굳이 지키고 있다는 사실이 있어야 할뿐 아동문학이라는 「장르」는 철폐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화목씨의 이 같은 주장은 앞서 염무웅씨가 시조를 「실패한 문학」으로 간주, 『시조는 자유시 속에 해소돼야 할 시형식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함께 우리 문단에 새로운 「이슈」를 제기하는 것이다.
우리 문학의 「장르」에 대한 문제는 지난 6월 국어국문학회 전국대회에서 문학평론가 김윤관씨가 주제 발표를 통해 체계화된 새로운 정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바 있지만 시조 아동문학에 대한 염무웅·박화목 등의 이 같은 「장르」 철폐 이론은 앞으로 우리 문단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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