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당국서 보낸 「케이크」로 생일 파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모스크바」에서 10일을 보내는 동안 우리 선수들은 지극히 자유스런 분위기 속에서 선수촌 생활을 하고 있고 따라서 「게임」에도 「베스트·컨디션」으로 임할 수 있습니다.
22일에는 남자배구 이인 선수의 생일「파티」가 소련 측이 보내 준 생일 축하「케이크」를 가운데 놓고 우리 선수 전원과 소련 안내원까지 합석하여 조촐하나마 흥겹게 베풀어 졌습니다.
또 우리말을 잊은 한국계 소련 인이 찾아와 손짓발짓의 성원 속에 사기가 충천되어 있습니다.』
지난 21일 국제전화를 통해 선수단의 제l신을 보내 온 이상구 한국 선수단 공보는 23일 새벽 본사 박동순 주일 특파원에게 다시 국제전화를 통해 「모스크바」의 한국 선수들의 안부를 보내 왔다.
이 공보는 『남자배구는 22일 결승 「리그」 제1차 전에서 「폴란드」를 3-1로 격파, 대한 남아의 기개를 「모스크바」 하늘에 드높였고 23일 소련, 24일에는 「쿠바」와 격돌하게 되었으나 꼭 우승하겠다고 기염을 토하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두 번째 국제전화를 통해 알려 온 우리 선수단의 근황은 다음과 같다.
-현지에서 본 남자배구의 전망은 어떤가.
▲승패의 전망을 속단하긴 어렵지만 소련이 최강의「팀」임에 틀림없다.
소련은 평균 신장이 2m에 육박할 뿐만 아니라 체중도 90㎏이 넘는 거구이며 더군다나「흠·팀」의 잇점이 있어 가장 힘겨운 상대이다. 또한 「쿠바」도 이번 대회에서 소련에 3-0으로 패하긴 했으나 「뮌헨·올림픽」이후 현저한 실력의 향상을 보여 결코 만만치 않은 「팀」이다.
-22일 밤에 거행된 남자배구와 여자농구의 「게임」내용은 어떠한가.
▲남자배구는 비록 한「게임」을 잃긴 했으나 완전한 우리 나라의 「페이스」였다.
그러나 여자농구는 어쩔 수 없는 힘의 패배였다.
소련은 선수 모두 장신이지만 특히 2백14㎝의 장신인 「울라노프」선수는 마치 「탱크」같이 움직여 우리 나라로부터 혼자 45「포인트」를 얻었다.
-소련 관중들의 우리 선수들을 보는 태도는?
▲22일 「폴란드」와의 대전을 가진 남자배구 경기장은 장소가 협소해서 많은 관중이 입장하진 못했으나 관중들은 우리 선수들에게 대한 우호 응원을 보내 주었다. 우리 선수들에 대한 우호적인 반응은 아마도 우리 나라 선수들이 단신인데도 재치 있는 「플레이」를 전개하고, 「매너」와 「위트」가 좋기 때문인 것 같다. 특히 소련의 소년들은 우리 나라 「배지」를 가슴에, 손에는 태극기를 들고 뽐내고 있으며 특히 「코트」가 바뀔 때마다 우리「벤치」쪽으로 몰려와 성원을 해주기도 한다.
-현지에서 한국계 소련인과 만난 적이 있는가?
▲소련 시민권을 갖고 있는 한국계 소련 인들이 몇 차례 경기장을 찾아온 적이 있었다. 대부분 50대와 60대인 그들은 선수들에게 다가와서 말을 걸었으나 우리 나라 말을 잊어 손짓발짓으로 끝냈다. 여하간 그들은 반가운 표정이었다.
-그밖에 재미있는 일은.
22일은 남자배구 이인 선수의 생일이어서 하오2시 선수촌에서 모든 선수가 참석한 가운데 생일「파티」가 열렸다. 특히 소련 측이 축하 「케이크」를 보내 주었고 소련 안내원들도 이 자리에 참가했다. 남자배구는 동료 선수의 생일「파티」에서 사기를 올려 「폴란드」와의 「게임」에서 잘 싸울 수 있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