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시 피로…한동안 묵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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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3일 하오 10시45분 『김대중씨가 자택에 나타났다』는 「스포트·뉴스」로 서울 마포구 동교동178의1 김대중씨 자택 3평 남짓한 거실은 40여명의 보도진들로 꽉 찼다.
이날 밤 10시17분 집에 도착한 김씨는 처음엔 피로한 모습으로 가족들과 마주 앉았으나 30분 동안이나 그 동안의 경위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다. 김씨는 부인 이희호 여사(52)가 급히 만든 호도 죽 한 그릇을 거의 다 먹고 상을 물리지도 않고 10시50분쯤에야 둘러싼 기자들에게 그간의 경위를 차근차근 털어놓기 시작했다.
김씨는 범인들로부터 풀려날 때의 복장 그대로였다. 옥색Y 「샤쓰」와 줄무늬 쥐색바지를 입었고 「넥타이」는 풀려있었다. 수염이 까실까실하게 자란 김씨의 얼굴은 몹시 피로하고 창백해 보였다. 왼쪽 눈썹 위엔 피멍이 들어있었다.
밤12시20분쯤 김씨는 동경에 있는 김경인 의원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나 김대중이요. 해상에서 사흘, 육지에서 이틀 지내다 집 앞에 데려다 줘서 왔소』라며 1분 동안 대화를 나눴다.
국내 기자들과의 회견에 이어. 조일·독매 등 일본기자들과의 회견이 끝난 새벽 2시까지도 보도진들이 물러갈 생각을 않자 김씨는 기자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부인 이희호 여사의 부축을 받으며 침실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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