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블루·칼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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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독 「뮌헨」에서 개최된 제2회「기능올림픽대회」에서 우리 나라가 서독에 이어 제2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은 반가운 일이다.
우리 나라의 젊은 기능공들이 국제「올림픽」에서 종합성적 2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70년 동경대회에서도 일본의 다음이 되어 2위를 했던 일이 있었다.
그러나 같은 2위라고는 하지만 이번 「뮌헨」대회에서 얻은 2위 영광은 바로 일본을 물리친 2위라 하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 왜냐하면 일본은 고도성장을 구가하면서 지난 60년대이래 국제기능 「올림픽」을 거의 주름잡다시피 언제나 종합성적의 수위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달리 말하면 금「메달」 총계에서 세계 제일을 자랑했던 일본의 우수한 젊은 기능공들이 일본경제의 기적적인 발전을 밑에서 받치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이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 참가한 역사는 길지 않다. 67년도 「마드리드」에서 열린 제16회 대회 때가 처음이었다. 그러나 우리 기능공은 처음 참가 때 이미 종합성적 6위를 차지했고, 그 다음해부터는 금새 3위, 2위로 상위권에 올라 금·은·동「메달」들을 무더기로 따 가져오곤 했었다.
이같이 국제기능「올림픽」에서 과시된 우리 나라 젊은이들의 뛰어난 능력은 한편으로는 오랜 역사를 뚫고 전승되어온 한국의 수예와 공예, 바로 한국사람들의 손재주의 전통에 힘입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60년대에 들어와 본격화한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던 우리 나라「블루·칼러」층의 수준이 높다는 것을 말해 주고있는 것이다.
이번 「뮌헨」대회에서 우리가 일본을 꺾었다는 것은 한국의「블루·칼러」층의 기능수준이 적어도 그 개인기에 있어서는 세계의 정상을 가는 일본의「블루·칼러」층의 그것에 뒤지지 않으며, 아니 앞설 수 있다는 것을 시위해 준 셈이다.
갈수록 국제화해 가는 환경 속에서 한국경제가 대외경쟁력을 높이고 고도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산업구조의 고도화, 수출상품의 고급화가 필수의 요건이라 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이 산업구조의 고도화, 제품의 고급화를 위해서는 훌륭한 기능공의 양산이 절대적인 전제가 된다 하는 것도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우리 나라 기능공의 평균수준은 비록 국제「올림픽」에서 몇몇「챔피언」들이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하더라도 일반적으로 만족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필요한 것은 바로 탁월한 기능공의 저변확대 이다. 기능공의 질뿐만 아니라 양도 중요하다는 얘기다.
더욱이 「블루·칼러」를 천시하고 「화이트·칼러」만을 숭상하려는 전통적인 사회통념이 뿌리깊은 우리 나라 같은 풍토에서는 훌륭한 기능공들이 물질적·정신적·사회적으로 응분의 대접을 받는 정책적인 배려가 반드시 필요하다. 나라 발전에 큰 몫을 우리는 그들의 어깨와 손에 힘입어야 되겠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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