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또 하나의 위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요즈음은 신문을 펼쳐 들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게 된다.
며칠 전에는 수박을 먹고 몇이 죽고 몇이 위독하다는 보도가 있었다. 다음 날에는 「토마토」와 복숭아를 먹고 또 탈이 났다는 기사가 실렸다. 심지어 오늘 아침에는 열무김치를 먹고도 탈이 났다는 소식까지 전해준다.
한동안 가공식품에 방부제가 너무 들었다느니 치사량에 가까운 화공약품이 함유되었다느니 해서 가족들의 식생활을 주관하는 주부들을 놀라게 한 적이 있었다. 그래도 주부들은 속수무책이라 겨우내 봄내 가공식품들을 부식과 간식으로 조심조심 가족들에게 제공하며 마음이 조마조마 했었다.
그러다 여름이 되자 이제는 싱싱하고 영양가 높고 안전한 자연식품을 마음놓고 가족들이 즐기게 되었다고 기뻐한 것이 바로 엊그제의 일이다. 그런데 그 기쁨마저 이렇게 여지없이 깨어지고 말다니.
물 먹여 잡았다는, 하늘같이 값비싼 쇠고기, 온갖 균이 우글댄다고 경고해온 생선과 어패류….
영양가의 안배는 고사하고 무엇으로 조그만 위를 채워야 좋을지가 문제이다.
빨리 익으라고 과일에다 무슨 약품 주사를 놓는다던가? 믿어지지 않는 얘기들이다. 옛말에 『사람은 도회지로 보내고 우마는 시골로 보내라』했다지만 아무래도 나는 아이들을 이끌고 산간으로 가야 할 것 같다.
터밭이라도 일궈 채소 한 포기, 과일 한개라도 직접 내손으로 가꾸어 먹어야 안심될 것 같다.
인간의 지혜로 만들어진 물질에 인간이 침해 당해버리는 25시적 현장이 어찌 이뿐이기야 하랴..
그러나 『먹기 위해 사느냐, 살기 위해 먹느냐』는 논란이 설립될 만큼 귀중한 식생활의 위협이라니 이건 좀 너무 심한 것 같다.
식료품가게마다 소담스럽게 쌓인 과일 채소들을 독약이나 되는 것처럼 무섭게 바라보는 겁 많은 주부들의 눈길을 보사부나 농수산부 당국은 외면하지 말아주었으면 한다.
이의신

<서울 성북구 돈암동81∼35>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