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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경기|김만제(한국투개연구원장·경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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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만제<한국개발연구원장·경주>
올해의 우리경제는 지난8·3조치의 효과와 해외경기의 호조에 크게 힘입어 사상최고의 호경기를 누리고있다.
지난7개월간 생산과 투자는 계속 높은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전년동기에 비해 산업생산지수는 31%, 건축허가면적은 1백%가 늘어났으며 그 중에서도 공업용건축허가는 무려 3백%에 가까운 기록적인 증가를 보이고 있다.
또한 국제수지에 있어서도 상품수출은 계속 높은 신장률을 유지하고있어 국제원자재 가격상승과 품귀현상에 따른 수입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외환보유고는 8,9백만불이 늘어났다.
이와 같은 가속적인 상승추세로 보아 올해의 GNP성장은 연13%선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경기는 과거 1966∼69년의 고도성장기와는 달리 그 내용이 여러 국면에서 훨씬 충실하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그때와는 달리 이번 성장의 주축은 수출의 생산확대와 수출중심의 투자활동이 대단히 활발하게 전개되고있기 때문에 국제수지의 압력을 피할 수가 있었다. 특히 투자내용에 있어서 그 당시는 국내외금리격차·저 환율 등으로 인해 유입된 현금차관이나 외자도입으로 투자가 내수용 산업이나 「빌딩」·주택 등 투기적 요인에 의해 촉진되었으나 지금은 그와는 달리 국내금융과 국내투자재생산에 바탕을 둔 생산적인 민간설비투자가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있다.
그뿐만 아니라 지금은 전력·수송 등 사회간접시설의 부족이 물량성장의 애로가 되고 있는 것도 아니며, 또한 사회적부조리에 편승한 부동산투기니 사치성소비가 크게 성행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야말로 대부분의 자금이 생산과 직결되는 건실한 투자로 집중되고있는 경향은 고무적이 아닐 수 없다.
따지고 보면 바로 오늘과 같은 내용의 성장을 얻기 위해 그동안 많은 정책적 노력을 이 방향으로 이끌어 왔으며 이런 상태가 계속되는 한 반드시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재정투융자와 주택건설을 중심으로 하는 투기적 건축 「붐」을 피하면서 민간부문의 설비투자를 통한 국내공급능력을 크게 늘림으로써 국제수지의 역조를 예방하는 한편 다른 한편으로는 고용과 국내저축을 획기적으로 증대시켜 그야말로 안정 하에서의 고도성장을 지속해 나갈 수 있다.
더우기 국제가격이 계속 폭등하고 통화량이 크게 팽창되고 있는 오늘과 같은 상황에서는 국내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설비투자의 촉진만이 「인플레」압력을 제거할 수 있는 장기적이고도 적극적인 대응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경기가 너무 갑작스레 크게 상승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불안한 예상이 따르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언제까지 이런 호황이 계속될 수 있을 것인가?』, 또는 『과잉투자로 말미암아 해외경기가 시들어질 때 그 반작용으로 불황이 올 것이 아닌가?』등의 불안한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국내외 동향으로 보아 앞으로 2,3년 동안은 지금의 호황이 계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호경기가 수출로 인해 촉발되었고, 또한 과거와는 달리 우리경제에 있어서 수출이 차지하는 생산비중이 크기 때문에 국내경기가 해외동향에 크게 좌우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는 없다.
그러나 미국·일본등 선진국의 경기가 올해보다 다소 둔화될 기미가 보이기는 하여도 이로 인해 해외수요감퇴에 따르는 국내수출시설의 심한 과잉상태를 초래할 것 같지는 않다. 설사 해외경기둔화로 말미암아 국내경제가 불황으로 끌려 들어가는 징후가 보일 때는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여 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우리경제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작년하반기부터 이례적으로 폭등하기 시작한 국제가격은 국내물가안정을 위협하는 압력요인으로 작용하여 왔으며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그동안 다행히도 해외물가상승에 비해 국내물가가상대적으로 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로 인한 커다란 피해는 없었다.
따라서 앞으로 정부가 물가억제를, 위해 재정적자를 피하는 한편 절제 있는 재정투융자규모의 운영, 비생산적 건축「붐」의 예방, 주요물자 수급에 대한 대책 등을 강력히 밀고 나간다면 오늘의 호경기가 상당히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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