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 군원의 일본분담요청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일본 조일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닉슨」·「다나까」회담에서 미국 측은 미국의회의 원조 삭감으로 늦어지고 있는 한국군 현대화계획에 대해 일본의 원조 분담을 요청하기로 했다고 한다. 미국은 이러한 원조분담이 직접 전투용무기가 아닌「트럭」등 운수수단과 연락용 통신기기의 지원형태로 이루어지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원조방법도 차관이 아닌 무상공여 형식을 희망했다고 한다.
미국은 69년 「오끼나와」반환 당시에 있었던 「닉슨」·「사또」공동성명에 삽입된 이른바「한국조항」이 아직도 유효하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그리고 지난 7월 동경에서 열렸던 미·일 경제회담에서는 「로저즈」미 국무장관이「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증진시키기 위해 일본이 지금 이상으로 책임을 분담할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상 두 가지 사실로 미루어 미국이 「한국조항」과 『능력에 따르는 책임분담』을 결부시켜 지금 지지부진한 「한국군현대화계획」에 대한 군사원조의 일부를 일본이 분담해 주기를 요청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군원분담 요청이 행해진다고 할 적에 일본이 어떤 반응을 보일는지, 지금으로서는 예측할 수 없다. 그렇지만「트럭」이나 연락용 통신기기는 전투용 무기로만 볼 수 없으므로 미국 측 요청에 대해서 일본이 탄력성 있게 대응할는지도 모른다.
일본의 대한군원분담 문제는 현재로서는 토론과 흥정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미·일 양국간에 이 문제에 관한 어떤 합의가 성립되어 일본이 대한군원의 임무를 실질적으로 분담하게 된다고 할 적에 그것이 한국의 안보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심각할 것이다. 왜냐하면 대한군원의 미·일 공동분담은 대한군원을 결국 이원화하게 되겠기 때문이다. 이원화로 말미암아 한국의 안전보장은 미·일 양국간의 우호친선이나 긴밀한 제휴여부에 따라서 좌우될 공산이 크다.
현재는 미·일 양국이 밀착하고 있지만, 이 밀월관계가 앞으로 무기한 지속되리라는 보강은 없다. 그렇다면 만약에 미·일 관계가 나빠진다고 할 적에 한국의 안보는 바로 그 때문에 근본적인 동요를 면치 못할 것이다.
다음에 우리가 우려를 금치 못하는 것은 대한군원이원화가 장차 한국에 대한 안보지원이나 군사원조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일본에 전가시키기 위한 제1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닉슨·독트린」은 궁극적으로 동맹국의 안보책임을 동맹국 자신에게 떠맡도록 하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국과 같이 지정학적 여건 때문에 자주안보를 기하기 어려운 지역에 대해서는 안보지원책임을 극동의 강대국인 일본에 전가해보겠다는 사고방식을 가끔 노출시켜 왔었다.
미국 대신 일본이 한반도에 군대를 파견하거나 혹은 전적으로 안보지원책임을 지게 된다고 하면 이는 한국민의 대일 감정과 국민적인 긍지가 용납치 않을 것이다. 그뿐더러 만약에 이와 같은 사태가 조성되면 일본은 한국을 소련이나 중공·북한 등과 흥정하는 미끼로 사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따라서 일본의 대한군원분담문제는 단순히 운수수단이나 연락용 통신기기가 무기냐 아니냐 하는 따위의 기술적 차원에서 논의될 것이 아니라, 반드시 높은 정치적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일본은 계속 주일미군의 주둔을 원하고 있으며 또 미국은 그 군대를 일본에 주둔시키기 위해 거액의 부담을 하고있음은 세상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일본에 대한군원의 분담을 요청할 것이 아니라, 일본주둔 미군의 유지비에 대한 일본의 부담을 대폭 증가케 하고 그로 말미암아 절약된 비용을 대한군원에 충당하는 것이 더 적절하고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