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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목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한여름 사랑 마루에 돗자리를 깔고 목침을 베고 누워 낮잠 자는 노인의 모습은 우리에게 청량감을 주는 익숙한 여름 삽화 중의 하나이다. 점잖은 사랑대청에서 혹은 막일꾼들의 토방이나 동네어귀의 느티나무 아래서 목침은 변함없이 서늘한 여름잠을 재워오고 있다.
인체 중에서 머리를 가장 중요하게 보았던 우리 선조들은 베개에 유난히 신경을 썼었다. 각침·상아침·죽침·등침·완침·우피침·도자침·나전침·수침 등 재료도 다양했을 뿐 아니라 깎고 수놓고 다듬는 치장술도 가지각색이었다.
베개 모에 꽃과 나비와 봉황새를 수놓고 때로는 동꽃을 뜯어 베갯속에 묻으며 돌아선 남편의 마음이 되돌아오기를 빌기도 하는 수침은 여자들의 베개였고 부부가 함께 쓰는 원앙침이라 해도 『규방의 분 냄새가 난다』해서 사랑에는 두지 않았다.
사랑채에는 그대신 상아나 자기 완초 등나무 대나무 오동 향나무 괴목 등 촉감이 차고 맑은 재료들로 아담한 퇴침종류를 만들어 두었다. 이러한 베개들은 본격적인 침구는 아니었고 선비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거나 명상할 때 기대는 작은 가구들이었다.
내실에 두는 여인들의 목침으로는 통영 명물인 자개와 옻칠로 장식한 나전침이 있었다. 이 아름다운 베개 역시 「분 냄새」때문에 사랑에는 나가지 못했다.
이 「베개의 남녀부동석」은 사라지고 이제 어느 여성이라도 상아나 향 뿌리의 목침을 벨 수 있게 되었지만 그만큼 딱딱한 목침은 우리의 주변에서 멀어져가고 있다. 목침 대신 조금 물렁한 죽침과 「비닐」로 엮은 퇴침이 대량생산되고 멀리 열대지방으로 수출까지 되면서 다양했던 「베개의 멋」은 차차 사라지고 있다. <장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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