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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가 있는 아침]-'목숨을 걸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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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이광웅(1940~92) '목숨을 걸고' 부분

이 땅에서
참된 술꾼이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술을 마셔야 한다.

이 땅에서
참된 연애를 하려거든
목숨을 걸고 연애를 해야 한다.

이 땅에서
좋은 선생이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교단에 서야 한다.

금강 하구 둑에 가면 돌멩이 하나로 우뚝 서있는 시비가 있다. 무지막지한 단순함으로 사람들의 구절양장 말머리를 세운다. '뭐든지 진짜가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하라고. 오송회 사건으로 옥고를 치르고 전교조로 고생하다가 학처럼 세상을 떠난 시인! '아, 그런데 그놈의 목숨이 어디 말을 들어야 말이지…' 이것은 늘 우리의 변명.

강형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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