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3000만원 연봉자, 세금 800만원 더 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여야의 새해 예산안 처리 합의시한인 30일 예결특위 김광림 새누리당 간사(왼쪽)와 최재천 민주당 간사가 예산안 증액심사회의를 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내년부터 연봉 1억8000만원 이상을 받는 근로소득자는 세금이 많이 오른다. 이 정도 연봉을 받으면 비과세와 공제를 뺀 과세표준(과세 대상 소득)이 1억5000만원가량이다. 여야는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소득세 최고세율을 적용하는 과세표준 구간을 현행 3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낮추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렇게 되면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사람이 현재 4만 명에서 12만~13만 명으로 늘어난다(종합소득과세 대상자 포함). 과세표준이 3억원(연봉 약 3억3000만원)이라면 늘어나는 세금은 450만원 정도다. 더구나 내년부터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전환되므로 고소득자의 실질 세금은 이보다 더 늘어난다. 과세표준 3억원 근로소득자의 경우 세액공제 방식 적용에 따라 늘어나는 세금이 340만원가량이다. 과세표준 적용 구간 하향조정과 세액공제 효과를 합하면 올해보다 불어나는 세금이 800만원에 달한다.

 각종 공제를 제외한 소득금액에 대해 실질적으로 세금이 부과되는 비율을 의미하는 실효세율도 껑충 뛰어오른다. 과세표준 1억5000만~3억원이면 현재 평균 실효세율이 18.9%에서 21% 이상으로 높아지고, 3억원 초과 근로소득자의 실효세율은 29.4%에서 31% 이상으로 뛰어오른다. 연봉 3억원 이상을 받으면 3분의 1가량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 때문에 내년부터 도입되는 세액공제와 과세표준 하향 조정을 ‘부자증세’로 부르고 있는 것이다.

 고액연봉자들은 이건 너무한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대기업 임원 A씨는 “특정계층에 갑자기 세금을 많이 걷을 게 아니라 정부부터 낭비를 줄이고 국민세금을 제대로 쓰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부자증세’는 2년 전부터 집요하게 추진돼 왔다. 2011년 말 야당은 이명박(MB) 정부의 감세 정책을 원상복구해야 한다며 최고세율을 35%에서 38%로 상향조정하는 데 성공했다. 야당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추가 증세를 요구했다. 이용섭 민주당 의원은 “MB정부 때의 고소득자·대기업·고액자산가 위주 감세 기조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절대 양보는 없다는 자세를 보였다. 고소득자의 실효세율이 너무 낮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여당은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면서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는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기획재정부도 같은 입장이었다. 하지만 야당이 국정원 개혁법안과 함께 일괄 타결을 시도하면서 여당과 기재부가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기재부로서도 내수 부진으로 세수 확보에 차질을 빚으면서 한 푼의 세수가 아쉬운 마당이었다. 기재부는 최고세율 하향 조정에 따른 추가 세입이 최소 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부자증세는 정치권과 정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나온 ‘여·야·정’ 합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박근혜정부로선 ‘이번 정부에선 증세가 없다’는 말은 하기가 어려워졌다. 세율은 바꾸지 않았지만 고소득자 세금부담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증세 없는 복지는 없다는 점도 다시 확인시켜 줬다. 박근혜정부는 135조원이 필요한 공약을 내세웠으나 세수 부족에 부닥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야당은 다수의 국민에게 부자증세로 인기를 끌겠고, 여당과 정부는 복지재원을 추가로 확보한 셈인데 이 정도로는 부족한 복지재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세종=김동호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