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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무휴의 대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초복을 전후해서 전국의 모든 대학들이 방학에 들어간다.
기말시험이 끝나자마자 학생들은 총총걸음으로 귀향 길을 재촉하고 있고 어제까지 그처럼 붐비던 강의실과 교정은 갑자기 씻은 듯이 한산해 진다. 한 여름이 되면 당연한 것처럼 되풀이되는 「캠퍼스」 풍경이다. 그러나 과연 이대로 좋은 것일까. 우선 비좁은 국사에 차지하는 방대한 대학의 「캠퍼스」 부지와 그에 못지 않게 제한된 자원을 쏟아 투자한 막대한 대학 시설들이 방학이라해서 1년에 4, 5개월 동안이나 완전 유휴 시설화 하다시피 하는 것은 하나의 커다란 낭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설혹 방학이라 해서 학생과 교수들은 쉰다 하더라도, 대학의 값진 교사와 시설과 도서와 그리고 교정까지 같이 쉬어야만 된다는 법은 없다.
대학의 정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기 중 수업은 방학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이 기간 중 대학의 건물 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있다. 사회인·직장인들을 상대로 하는 하계 단기 대학을 여는 것도 하나의 방도요, 주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재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또 다른 방도이다. 학교 교정은 운동장을 갖지 못한 직장인을 위해서 공개하는 것도 생각해 볼만한 일이다.
대학이란 원래 그 존립을 위해서 유형·무형의 사회적 자원에 크게 힘입고 있다. 그것은 또한 그만큼 대학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기대를 크게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더우기 대학은 폐쇄적인 학문의 전당이 아니라 사회에 대하여 문호를 개방하고 있는 자세를 지니지 아니하면 안 된다고 할 것이다. 대학이 사회에 대하여 적응성을 잃지 않는다는 것은 대학이 그 본연의 임무로 삼고 있는 학문 탐구에 있어서도 기본적인 요청이 되고 있다.
요즘 전세계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는 평생 교육의 이념도 대학의 이 같은 사회에 대한 문호 개방이 전제가 되지 않고선 한낱 공론의 영역을 벗어나기가 어렵다.
그러나 이처럼 『열려진 대학』의 건설을 위해서 무너뜨려야 할 장벽은 비단 대학과 사회, 대학과 대학 사이를 가르고 있는 공간적인 장벽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청년과 장년, 젊은 세대와 기성 세대를 가르고 있는 시간적인 장벽도 함께 제거, 극복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일선 직장에서 10년 20년 근무한 사람들이 새로운 지식,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언제든지 되돌아올 수 있는 고장이 대학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한 대학은 여러 세대가 혼성·공존하는 그러한 장소가 될 것이다. 한갓 이상이요 또 꿈 같은 얘기라고 할는지 모른다. 하지만 선진국들 중에는 이미 이러한 대학의 이상이 현실화 되어가고 있다. 「유럽의 대학에는 정년 퇴직한 노인이 신학문을 익히기 위해서 재 입학하는가 하면, 영국의 「오픈·유니버시티」는 학력 제한의 벽을 깨고 누구든지 원하는 사람들에게 대학 교육의 기회를 개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는 하계 학기를 정상 학기로 가산해서 수학 연수를 단축시켜 주는 제도조차 있다.
「연중 무휴의 대학」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직 우리 나라의 경우에는 제도나 시설의 여러 점에서 당장에 그를 실현할 수 없는 많은 애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대학의 미래의 방향이 그 언저리에 있다함은 지금 분명히 인식해둘 필요가 있다. 그리고 대학이 다른 어떤 기관보다도 미래에 대하여 적극적·선구적인 자세를 가져야 할 기관이라 함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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