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15년 전 지식경영 도입 … 매출 10조 성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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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그룹이 지난 10월 중국 상하이 정따(正大)광장에 문을 연 애슐리 3호점의 모습. [사진 이랜드]

이랜드그룹에게 올해는 ‘지식경영이 성과를 내기 시작한 해’로 요약된다. 이랜드그룹은 올해 매출 10조 4000억원, 영업이익 6000억원을 전망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각각 9%와 27% 성장한 수치로 창사 이후 33년 만에 최대 실적이다. 이랜드는 이같은 성공의 원인으로 1999년 도입한 지식경영을 꼽는다. 이랜드 관계자는 “지식경영이 뿌리를 내리면서 전체 임직원의 일하는 방식이 뼛속까지 바뀌었다”며 “지식 경영의 도구인 프로젝트와 현장경영이 실적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7일 중국 상하이에 문을 연 ‘스파오’ 1호점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매장은 문을 연 뒤 3일 동안 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랜드는 사전에 자사의 ‘최우량 사례(Best Practice)’를 분석해 개장을 준비했다. 중국에 파견된 준비팀은 이랜드·티니위니·플로리·스코필드 등 중국사업부 대표 브랜드에 대해 주 단위로 나눠 베스트 상품을 분석했다. 한편으로는 경쟁사 브랜드에 대한 고객 의견을 수집해 스파오에 적용할 의견을 찾아냈다. 중국 고객이 선호하는 아이템을 앞세우고 불만 요소를 사전에 없애고 나니 매장 오픈과 동시에 매출이 급격히 늘었던 것이다. 이랜드는 다른 회사에서 볼 수 없는 ‘최고지식경영자(CKO·Chief Knowledge Officer)’실을 운영한다. 상무급인 CKO실 임원은 그룹 내의 모든 프로젝트에 적용된 지식을 관리한다. 새로운 브랜드를 런칭하거나 매장을 열 때 이랜드 내 직원들은 그룹 내 지식 뱅크를 먼저 살펴본다. 과거 유사 사례를 찾아내 새로운 프로젝트에 지식화해서 적용하고, 잘 만들어진 지식은 부서 간에 사고 팔기도 한다.

 한국 본사 외에 해외 법인들도 지식경영 정착에 나서고 있다. 중국 이랜드 법인장의 경우 지난해 3개월 동안 중국 내 22개 도시, 81개 백화점, 719개 매장을 방문해 매장 관리자 4414명과 직접 면담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현장의 고민을 해결하고 실적을 개선할 프로젝트 4000여 건을 만들어 적용했다. 이 가운데 5%는 기업비밀로 지정해 그룹 차원에서 별도 관리하고 있다. 이랜드 관계자는 “지식경영이 말단 조직까지 뿌리 내리면 앞으로 더 다양한 성공 스토리가 쏟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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