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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기자, 소 해양관측선 동승기|과학에는 국경이 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소련의 해양관측선 「아카데미크·쿠르차토프」호는 초청온 기자들이 2일 아침 부두에 도착해 보니 굴뚝에 『붉은「해머」와 낫』으로 된 국기가 뚜렷이 그려진 채 「뉴요크」항내 제40부두에 정박 중이었다.
나는 조국인 한국이 소련과의 공식관계가 없기 때문에 과연 동료들과 함께 승선을 허용 받을 수 있을는지 몹시 궁금했었다.
그런데 마른 체구에 후리후리한 큰 키인 「우딘스데프」박사는 부두가에서 첫 대면을 가진 나에게 『나는 과학이 국제관계를 개선하는데 커다란 공헌을 해왔다고 믿는다. 그리고 과학이나 기술에는 국경이 없는 것이다. 당신의 승선을 충심으로 환영하겠다』라고 말함으로써 즉석에서 소련과학선의 승선을 허용받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우딘스테프」박사는 해안 관측선의 성능을 나에게 설명해주고 몇 가지 질문에도 친절히 대답했다. 이 배의 길이는 4백5「피트」로서 흘수선은 21「피트」다. 탑승원 1백37명 가운데 75명이 선원이며 나머지 62명이 과학자인데요 학자의 근 3분의 1이 여성이라는 것도 주목을 끌었다.
「쿠르차토프」호는 「컬럼비아」대학의 지질학자들을 편승시켜주기 위해 「뉴요크」항에 기항했었는데 미·소 과학자들은 북극과 「아이슬란드」까지 여행하면서 해양학을 공동 연구하게 될 것이다. 「에드워드·레베언스」선장과 「컬럼비아」대학총장 「윌리엄·메크릴」박사와의 간단한 인사말 교환에 이어 승선객들은 선내 어느 곳이든지 자유로이 관찰할 수 있도록 허용되었다.
그 곳에는 지리학 또는 지구물리학 연구를 위한 시설을 갖춘 약 20개의 실험실이 있었다.
모든 사람들은 남녀 할 것 없이 모두 친절했다.
그 배에 실린 장비들은 낡은 것처럼 보였으나 소련과학자들은 그들의 임무에 상당한 긍지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들 가운데 대부분은 「뉴요크」관광을 할 채비를 하고 있었다.
그들의 의복은 매우 소박해서 「뉴요크」에 사는 사람들의 옷차림에 비하면 멋은 없었다.
모든 사람들은 거의 빠짐없이 작고 구형의 「카메라」 하나씩을 가지고 있어서 그들은 남녀 할 것 없이 「카메라」로 「뉴요크」시가와 시민들의 사진을 열심히 찍어 댔다.
어떤 한 실험실에서 한 과학자가 내게 어디서 왔는가고 물었다. AP통신 기자자격으로 동행한 「오아티스」씨가 내 옆에 서 있다가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대신 대답해 주었다. 그러자 그는 한동안 다소 놀란 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윽고 그의 손을 내게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아-, 한국에서 오셨군요.』
나는 하오 2시쯤에 그 배에서 내렸다. 북한사람들은 왜 그렇게 내게 쌀쌀하게 구는지 매우 이상했다. 【뉴요크3일동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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