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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외유…그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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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매년 9월 정기국회까지의 긴 정치방학이 시작되는 초여름에 국회 주변에 나도는 얘기는 으레 「외유」. 여행사유는 갖가지-외국의 의회제도시찰, 각국 정계순방, 월남전이 벌어지고 있을 때는 월남전시찰….
특히 어느 국회보다도 야당의석이 많았던 8대 때는 9월 정기국회에서의 국정감사와 예산심사를 앞둔 여야협조 「무드」조성을 위해 이때쯤이면 의원외유가 꽃을 피웠던 것.
제86회 임시국회가 지난 5일 폐회하고 9월20일까지 약 석달반동안 국회문이 닫히게되자 외유에 쏠리는 관심은 또 커지고 있다.
9일 현재 해외여행을 하기로 결정된 의원은 모두 41명.
그중 공화당의원이 19명, 유정회 10명, 신민당 11명, 무소속 1명 등이다. 이 가운데에도 오는 11일부터 13일까지 동경에서 열리는 제2차 한·일 의원간친회에 참석키 위한 의원이 28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그밖에 오는 19일부터 22일까지 동경에서 개최되는 제14차 APU(「아시아」의원연맹)이사회에 3명, 이와 함께 병행될 APU산하의 ADC(「아시아」개발 「센터」) 제8차이사회에 2명, 6월중 대북에서 열릴 「아시아」문화「센터」(APU산하) 제1차 이사회에 2명 등이 포함돼있다.
국제회의참석이외의 다른 목적으로 국회의장의 허락이 나와있는 의원으로는 ▲공화당=장기영 장영순 박철 강병규 신동관 정우식 김상영 ▲유정회=김기형 김성두 서영희 ▲신민당=정해영 등이 있고, 김성두 서영희 의원은 이미 5일과 7일 각각 출국했다.
이들의 외유사유는 매우 다채로와 ▲IOC(국제「올림픽」위원회)·국제「라이언즈·클럽」총회 등 비정치적 국제회의를 비롯 ▲동남아사법제도 시찰·외국대학의 「서머·스쿨」참석·일 의회제도 시찰 등 견문 넓히기 위한 것 ▲막연한 경제계 또는 산업시찰 ▲미국무성초청 또는 일본위생공학회초청 등의 초청외유 ▲본인 또는 가족의 질병치료·친지방문 등이며 제8차 한·일 역도대회 격려를 위한 외유 등 가지가지.
의원들은 「외유」라는 말을 싫어한다. 『놀러 다닌다』는 인상을 국민에게 줄 수 있다는 것이다.
7일 공화당 당무회의에서까지 이 문제가 거론됐다. 말많은 「외유」의 득실이 논의됐다. 결론은 비록 의원외유가 지난날 잡음도 빚어냈지만 타국의원들과의 접촉과 견문을 넓히는데 큰 의의가 있다는 것으로 낙착됐다고 한다.
이 같은 취지에서 국회의장단과 총무단은 『공식적이고 가치 있는』의원해외여행은 이제까지의 통제를 완화키로 합의했다.
몇 해 전 어느 의원이 일본을 거쳐 미국 「유럽」 등을 여행하기 위해 출국했다가 입출국수속절차가 귀찮고 언어의 장벽을 의식해 일본까지만 갔다가 되돌아왔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그밖에도 갖가지 「에피소드」가 의원들 외유에 뒤따랐다.
그러나 굳이 이 같은 이유 때문만이 아닌 「달러」사정으로 9대 국회개원 직후 정일권 국회의장은 외유통제를 선언했다.
국회의원이 해외여행할 때는 교섭단체총무와 해당 상임위원장의 동의날인을 받아 의장에게 여행신청서를 내어 허락될 경우에만 출국케 했던 것이다.
이같은 조치는 비단 9대국회에 들어와 시작된 것은 아니다.
6대 국회 때부터 실시했으나 그동안 제출된 신청서는 거의 예외 없이 「패스」됐었다. 국회의원이 갖는 여권은 세 가지가 있다. ①정규외교관여권 ②임시외교관여권 ③관용여권이다.
정규외교관여권은 규정상 전·현직국회의장과 전 총리였던 의원 또는 전 대법원장이었던 의원에게 발급된다. 그러나 관례상으로는 국회외무위원이나 기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도 허용된다.
임시외교관여권은 정부간 기구 등에 정부대표로 참석하는 국제회의나 특사일 경우에 발급되고 있다.
이상의 경우 이외의 해외여행 목적으로 출국하는 의원에게는 원칙적으로 관용여권이 발급된다.
정규 또는 임시외교관여권을 가졌을 때는 외국에서 치외법권의 특혜와 72시간「비자」없이 체류할 수 있는 특전이 있지만 관용여권의 경우에는 일반여권소지자에 대한 수속절차를 면제받는 것 밖에 없다.
정규외교관여권이나 상용복수여권을 가졌을 때라도 출국 때마다 의장허가를 받아 신고를 해야함은 물론이다.
의원의 외유가 통제되는 것은 무엇보다 외화절약을 위한 것.
국회의원의 국제회의 참석 및 국내외 섭외활동비용으로 책정돼 있는 73년 국회예산은 21만3천2백「달러」(1억4천7백49만원)이다.
이 가운데 의원해외여행과 직접 관계되는 예산은 ▲의장외국방문=3만9천6백「달러」 ▲초청에 의한 의원단 외국방문=4천3백「달러」 ▲IPU·APU 등 국제회의참석=9만9천8백「달러」 ▲한·일 의원간담회 정보비=2만8천「달러」 ▲ADC시비=2천8백「달러」 등.
이 같은 예산은 사실 외유에 나서는 의원의 여비로는 아주 부족하다. 비교적 짧은 여행이라도 1인당 1, 2천「달러」로도 빡빡한게 실정이다.
종전에 당간부나 상임위원장등이 많으면 5백「달러」, 적게는 1, 2백「달러」씩은 보조했지만 이제는 거의 없어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특별한 경우가 아닌한 의원외유는 세비에서 보태야하는 실정이어서 외유도 줄었다.
국회는 이 같은 실정을 개선하기 위해 예산안편성 때 이를 반영시킬 방침이다.
연1회의 의장외국방문을 2회로 늘리고 의원여행경비도 늘리겠다는 것.
국제정세의 다변화에 따른 민간외교, 특히 의원외교릍 강조하고 있는 국회는 활발한 초청외교를 펼치는 한편 외교 「채늘」다원화에 부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의 의원외유는 자료점검과 외교활동계획의 치밀한 사전준비작업이 앞서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남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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