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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택, 세계 1, 2위 국부펀드 돈 굴리는 펀드계 샛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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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지난해 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 아시아 금융시장이 발전하려면 트러스톤자산운용 같은 독립 운용사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보도했다. 해외 유명 언론이 국내 자산운용사, 그것도 대기업 계열사가 아닌 회사를 언급한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한국 펀드 시장의 ‘샛별’로 떠오르고 있는 트러스톤운용의 황성택(47·사진) 대표는 개인보다 기관에 더 많이 알려진 인물이다. 국내 주식투자 분야에서 국민연금 돈을 가장 많이 굴리고 있는 곳이 트러스톤이다. 총 3조원 규모다. 올해는 세계 국부펀드로 발을 더욱 넓혔다. 지난 4월에는 세계 2위 국부펀드인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투자공사(ADIA)로부터 운용 자금 5억 달러를 받았다. 지난해 3억 달러를 맡긴 세계 1위인 노르웨이 글로벌정부연금펀드(GPEG)는 올해 2억 달러를 추가로 위탁했다. 대형사들을 제치고 세계 유수의 국부펀드들이 트러스톤에 돈을 맡기는 이유가 뭘까. 황 대표는 “비결은 없다. 욕심내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한다. 원칙에 따라 매년 시장을 상회하는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이 평가를 받았다는 얘기다.

 트러스톤운용은 올 들어 공모펀드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자산운용업계는 8조원이 넘는 환매 행렬에 시달렸지만 이 회사가 운용하는 공모형 롱숏펀드(트러스톤 다이나믹)에는 8000억원 이상 돈이 들어왔다. 매수(롱)만 하는 기존 주식형펀드와 달리 공매도(숏)를 함께 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새로운 개념의 펀드다. 이 펀드가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자 대형사들도 일제히 비슷한 롱숏펀드를 내놓고 있다. 황 대표가 지난 7월 내놓은 헤지펀드 ‘탑건’도 같은 형태의 26개 펀드 중 4위에 오를 만큼 성장세가 빠르다.

 익산 남성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황 대표는 현대종합금융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하다 1998년 IMM투자자문을 설립했다. 2008년 운용사로 전환했는데, 이게 지금의 트러스톤운용이다. 빠른 사세 확장 때문에 국내 ‘펀드 신화’를 개척했던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뒤를 잇는 차세대 주자로 평가받기도 한다.

홍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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