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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정신건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며칠 전 한국교육학회에서 발표된 「교사의 정신건강」에 관한 현황분석은 그냥 듣고 흘려 버릴 수 없는 중대한 문제점을 들추어내고 있다.
경북지방의 경우 71년 정신병환자중 11%가 교사이며 그 숫자는 직종별 통계에서 최고위를 점하고 있다 하니 이미 심상치 않은 일이다. 71∼72학년도에 교직을 물러난 교사들 가운데서 그의 3분의1이상(37%)이 정신장해가 퇴직의 원인이었다고도 전한다.
한편 현직교사들 가운데서도 40%가 『경제·사회적으로 우대 받고 싶다』고 생각한다는 통계도 있다. 그래서 스스로 『교원이라는 사실에 대해서 평소에 부끄럽게 느끼는 사람』이 30%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오늘의 한국의 교사들은 그의 상당수가 자신의 직업에 대해서 행정적인 자의식을 갖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들은 자신을 잃고 있으며 정신적으로 병들어 있고 자기직장을 다른 곳으로 전직할 수 없기 때문에 머물러 있는 「막다른 골목」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로부터 교직의 길은 고달픈 길이었다. 그건 결코 물질적인 복을 약속해 주는 직업은 아니었다. 그러나 예전에는 그래도 이같은 고달픈 길을 걷는 교사에 대해서 세상은 그들을 「스승」으로 받드는 정신적인 보상과 응분의 사회적 지위를 부여해 주었던 것이다. 그에 따라 교사들 자신은 고달픈 사도를 천직으로 알고 떳떳할 수 있었다.
세상이 바뀌어 「스승」은 가고 구직자는 「교원」이 되었다. 교직은 전문직이 되고 교사도 시민사회의 평범한 시민이 되었다. 그들에게는 예전처럼 「사표」로서 받들어지는 사회적 지위나 자기직업을 「천직」으로 자부하는 정신적 보상도 이제는 없다. 그래서 오늘날 한국의 교사의 67%는 자기직업을 미용사나 「X-레이」기사보다 못하거나 그에 맞먹는 정도의 자기평가를 하고 있다고 통계는 밝히고 있다.
이처럼 교직이 전문직으로서 「세속화」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여전히 그를 성직시하려 든다. 스승으로서의 상응한 사회적 지위나 응분의 물질적 보상은 주지 않은 채 과분한 역할만을 그들에게 기대 한다. 교사의 이상자아와 현실자아와의 갈등이 여기에서 생긴다. 각종의 정신장해·자신상실·내공적 체념 등은 이같은 갈등에 대한 교사들의 반응형태이다.
스승이 되었건 일개 교사가 되었건 우리는 이들 교직자에게 우리들 자녀의 교육을 위임하고 있다. 그런데도 제2대 국민을 건전하게 길러야 할 교사들 자신이 이처럼 정신적으로 병들어 있다면 그건 국가 사회적인 견지에서도 중차대한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교사들 자신의 자기 직업에 대한 자신의 회복이 긴요하다. 거기에는 교사들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그들의 직업환경을 개선해주는 행정적·사회적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그들이 학생들 앞에 서서 떳떳할 수 있도록 스승으로서의 부끄럽지 않은 생활이 보장돼야 하겠다는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한편 지나치게 이기적인 동기에서 학교생활에 개입해 들어오는 학부모들의 이른바 「치맛바람」도 교사들의 사기를 크게 흐리게 하고 있다는 점에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개별적인 건의에 앞서 우리는 문교당국이 이 교사의 정신건강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거기에 대한 진지하고 장기적인 대책의 강구가 있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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