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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이대호·정근우·김태균 … 빛나는 '에드먼턴 키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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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2000년 8월 캐나다 에드먼턴 하늘에 태극기가 휘날렸다. 한국 대표팀은 제19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 결승에서 연장 13회 접전 끝에 미국을 9-7로 꺾었다. 1981년과 94년에 이어 통산 세 번째 우승이었다. 부산고 투수 추신수와 내야수 정근우, 경남고 투수 이대호, 천안북일고 1루수 김태균 등 까까머리 고교생들은 고(故) 조성옥(1960~2009) 감독을 헹가래 쳤다.

 이들은 프로야구가 출범한 82년에 태어났다. 아마추어 때 이미 세계 최강에 올랐던 이들은 만 31세가 된 2013년 한·미·일 프로야구에서 각각 최고의 선수로 성장했다. 추신수(미국 텍사스 레인저스), 이대호(일본 소프트뱅크), 정근우(한화)가 나란히 자유계약선수(FA) 대박을 터트렸다. 이들의 활약을 배경으로 한 ‘에드먼턴 키즈(가제)’란 영화도 기획되고 있다.

 당시 대표팀 에이스였던 추신수는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시속 150㎞가 넘는 빠른 공을 던지는 왼손 투수를 주목했다. 추신수는 이듬해 계약금 135만 달러(약 15억원)를 받고 시애틀 매리너스 유니폼을 입었다. 마이너리그에서 타자로 전향한 그는 올 시즌을 마친 뒤 FA가 됐고, 지난 22일 텍사스와 계약했다. 7년간 무려 1억3000만 달러(약 1380억원)를 받는 파격적인 조건이다.

 이튿날인 23일에는 일본에서 대형 계약 소식이 전해졌다. FA 자격을 얻은 이대호가 총액 19억 엔(약 193억원)을 받고 소프트뱅크 입단에 합의했다. 계약기간은 2년이고 3년째 계약 여부는 이대호가 결정하는 유리한 조건이다.

 이들에 앞서 FA 계약을 한 정근우도 돈방석에 앉았다. 정근우는 지난달 SK를 떠나 한화로 이적하면서 4년간 총액 70억원의 계약서에 사인했다. FA는 아니지만 국내 프로 스포츠 최고 연봉(15억원) 타이틀은 지난 2년 동안 김태균(한화)의 몫이었다.

 과거 한국 야구에서 가장 빛났던 세대는 이른바 ‘황금의 92학번’이다.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거 박찬호를 비롯해 고(故) 조성민, 임선동·손경수·정민철·박재홍·손혁·염종석 등 특급 스타들이 많았지만 이젠 대부분 은퇴했다. 현역으로 뛰고 있는 92학번 선수로는 송지만(41·넥센)이 유일하다.

 ‘에드먼턴 키즈’로 대변되는 82년생들은 ‘제2의 황금세대’다. 에드먼턴 대회에 참가하지 않았지만 2년 총액 9억 엔(약 92억원)을 받고 한신에 입단한 오승환과 올 시즌 세이브왕을 차지한 손승락(넥센) 역시 31세 동갑내기다.

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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