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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품 값 현실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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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경련은 물가 상승을 3%수준에서 안정시키려는 당초의 가정이 내외 여건의 변동으로 크게 변질됐다고 지적하고 원가 부담의 증가를 외면한 행정 규제 일변도는 자율적인 경제 기반의 구축과 안정 기조를 해칠 우려가 있으므로 가격 현실화 등 근본적인 정책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물가 안정이 단순히 행정적인 힘으로만 가능한 것이 아니고 현실에 맞는 적절한 정책이 있어야 하고 이 정책 테두리 안에서 움직이는 각 경제 군 위의 활동에서 가기 돼야 할 것이므로 전경련의 건의는 매우 중요한 뜻을 지니는 것이다.
더구나 단기적인 지수 상의 안정이 아닌 장기적이고 실질적인 안정 기반이 구축되어야만 물가 안정의 실효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명백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경제의 성장과 발전은 물가 안정이라는 한가지 목표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물가라는 결과적 지표에 앞서 재정·금융·외환 등 선행적 지표가 안정돼야 하며 물가를 장기적으로 안정시키기 위한 힘을 축적해 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강력한 행정력을 바탕으로 올해 들어 지난 4월까지 도매 물가 지수는 1·9%, 서울 소비자 물가지수는 0·1% 상승에 그쳤다고 하나 주요 물가의 품귀와 이중가격 형태가 계속되고 있다.
말하자면 가격은 있으나 그 가격으로 물건을 살 수 없는 상태에서 지수 상의 물가 안정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 기관이 계량「모델」에 의해 분석한 것을 보면 우리 나라는 수입 물가가 10% 오르면 도매 물가는 2%가 상승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런데 올해 들어 수입 물가 지수는 4월말까지 7·2%가 올랐고 앞으로 이 수입물은 국제 원자재 값이 안정되지 않는 한,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
현재 우리와 무역 거래 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의 도매 물가는 3월말 현재 5·5%, 일본은 5·1%가 올랐고, 달을 거듭 할수록 상승률 빨라지고 있다.
그런데도 국내 물가를 계속 묶어 둔다면 원자재의 값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으로 기업 수지가 악화되거나 종국에 가서는 원자재 수입 내지 생산 기피 현상에 이르게 되어 물자의 수급 균형은 더욱 어려워 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처럼 외부적인 여건과 내부적인 정책 환경이 상충을 일으키는 가운데 국내 경기 상승으로 수요가 확대되고 통화량은 급증하고 있다.
결국 내수와 수출의 확대, 그리고 원자재 값 상승은 수입 수요를 유발하여 1·4분기 중의 수입 허가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1백66%의 증가라는 놀라운 증가를 보여 국제수지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전경련의 건의는 이러한 현실을 올바르게 인식해서 대처할 것을 건의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물가 문제의 시련이 국내적인 것보다 국제적인 원자재 파동에서 빚어지고 있는 만큼 수급 균형을 바탕으로 한 공산품 가격 현실화가 기본 과제를 이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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