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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국회법에 따른 첫 국회의 변모|『실험 의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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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오는 17일 개회되는 86회 임시 국회는 지난3월의 국회가 의장단·상임 위원장 선거 등원의 구성으로 끝난 회의였기 때문에 9대 국회로는 처음으로 국정을 다루는 사실상의 첫 회의다.
8대 국회 해산(10·17사태) 이래 꼭 7개월만의 의회 활동이기 때문에 주 의제는 그 동안의 국정을 알아보는 것.
정부는 지나간 중요 국정을 보고하고 시정의 방향을 국회에 나와 밝히게 되고 여-야당은 대 정부 질문을 하게 된다.
6월6일까지 3주간을 회기로 정하게 될 이번 국회는▲첫 1주=국정보고 ▲2주=상임위 활동▲3주=대 정부 질문 및 일반 의안 처리로 의사 일정이 짜여져 있다.
첫 주의 국정보고는 ▲18일=김종필 총리의 국정 전반에 관한 보고, 유진산 신민당 총재의 당대표 질문 ▲19일=김 총리의 대표 질문에 대한 답변 ▲20일=IPU이사회 경과보고(박준규 의원) ▲21일=월남전보고(이세호 전 주월 군사령관) ▲22일=남-북 회담보고(남-북 조절 위 대표)로 돼 있다.

<질문 요지를 먼저 제출>
이번 국회는 새 국회법의 숱한 규제로 그 운영은 종래와 다른 것이 많이 나타나게 돼 있어 관심거리다.
우선 의부의 발언 자수, 발언 시간이 엄격히 통제 받게 돼 있고 대 정부 질문의 경우 의원은 사전에 질문 요지 서를 의장에게 제출해야 하며 의장은 질문 요지서가 질문 24시간 전에 정부에 도달 되도록 질문한다는 것이 모두 지금까지의 국회법에는 없던 새로운 규제 사항이다. 의원의 발언은 30분을 초과할 수 없고 다만 의원의 사전 허가가 있을 경우 15를 연장할 수 있다.
따라서 발언 시간의 상한은 45분이다. 이 발언 시간 규제는「타이머」라는 전자 장치로 자동화 돼 있다. 지금까지 의원의 발언이 30분에서 그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30분을 초과하기가 쉽고 그때마다 국회 사무처 실무자가「마이크」를 끊는다거나 의장이 발언 종결을 직권으로 저리하러 들면 감정적으로 퍽 언짢게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것을 고려해서 자동화 장치를 해 발언 시간 통제를 기계에 맡긴 것 같다.
「타이머」장치는 발언 개시 때 「스위치」를 누르면 발언대「마이크」엔 30분이라 씌어진 녹색 불이 켜지면서 가동되고 또 25분이 지나면 옆에 황색 불로 발언 종료 5분전을 알리다가 30분이 지나면 일단 종료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의장의 연장 허가가 있으면 녹색 불이 15분으로 바뀌고 다시 10분이 지나면 발언 종료 5분전을 예고한 후 45분이 모두 경과되면 적색 불로「발언 종료」를 알리면서「마이크」가 자동으로 끊어진다. 그러나 10분간으로 돼 있는 보충, 의사 진행 및 신상 발언은 처음 녹색으로 10분을 알렸다가 예고 없이 10분이 지나면「마이크」가 끊어진다.
18일에 있을 유진산 총재의 대표 질문은 종래의 관례를 존중해 질문 내용의 사전 통고는 않도록 했지만 발언 시간 규제는 받게 된다.
3주 째 시작될 대 정부 질문은 한 의제엔 한 교섭단체에 2명이 내서 그 비율에 따라 발언할 수 있다는 발언자 수의 규제를 받는다.
따라서「국정에 관한 질문」이 된다면 공화당·유정회·신민당 각2인, 무소속 1인으로 7명의 의원만이 질문에 나서게 된다. 의원 7명의 질문 시간은 최고5시간15분, 따라서 2일 내지3일간의 본회의면 대 정부 질문은 끝난다.
여당의 경우는 폐회 기간 중 공화당·유정회 의원의 합동「세미나」형식으로 정부 각 부처의 국정 보고를 듣고 질문도 했기 때문에 이 정도의 대 정부 질문으로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신민당으로선 알아봐야 할 국정이 산적해 있다는 것.
2·27선거 사범의 처리, 전 수도 경비사령관 윤필용 소장 사건, 비상 국무회의가 양산한 법의 운용, 외교·경제 시책·유신 체제하의 삼권의 관계 등 두 의원의 60분 질문으로 이 모든 것을 알아볼 수가 없다는 것이 야당 간부들의 얘기다.
그래서 야당에선 대 정부 질문을 국정이란 한 의제로 묶지 않고 경제·외교·일반 행정 등 몇 분야로 나눠 10명 가까운 의원을 질문에 내세울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여당은 종래와 같이 본회의를 장황하게 끌지 않기로 작정하고 있어 야당의 이런 구상을 받아 줄 것 같지 않다.
국정의 내용을 알아보는 일은 본회의의 대 정부 질문에 앞서 2주 째 열릴 상임위의 주 의제가 될 것 같다.
이번 국회에 정부가 제안하는 안건은 별 문제가 없는 5, 6개의 법률안뿐이다.
신민당은 당초 비상 국무회의가 제정한 2백여 건의 법률 중 산림 법 등 시급하다고 본 11개 법안의 개·폐 안을 제안해 심의할 계획이었지만 여당이 심의에 응해 줄 것 같지 않은 분위기여서 서둘러 법안을 내지 않기로 작정하고 있다. 따라서 상임위엔 사실상 일반 의안이 없다.

<타협 없인 운영 어려워>
그래서 상임위는 모두 소관 부처의 현황 설명, 국회 공백기간의 입법사항과 그 운용 등에 관한 정부 보고를 듣게 될 것이고 이를 계기로 야당은 상임위서 국수에 관한 질문을 할 계획이다.
새 국회법은 종래에 없던 규제 조항이 많다. 대 정부 질문에서도 의원이 공무 관계자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하거나 허가 없이 등단하는 것은 징계 사유가 된다. 본 의원장의 존엄 성 유지라는 취지와 함께 정치적 무대로 곧잘 활용 돼 온 지루한 본 회의를 피하기 위해 본회 의장에선 담배 피우는 것, 의안과 무관한 독서 등을 금지하고 있다.
어떻든 지금까지의 국회에서 흔히 있던 의사방해나 과격한 행동과 발언은 국회법 상 불가능하다.
적어도 소수 야당은 국무위원의 출석 요구 의사 일정의 결정 등 모든 것을 다수당과 타협해서 해갈 수밖에 다른 길이 없다.
이번 국회에선 의사 일정이 사전 총무 회담에서 모두 짜여져 별 문제가 없다.
정부·여당은 국정을 성실히 보고하고 그런 속에서 새로운 질서를 세우겠다는 얘기지만 어떻든 규제 많은 의정의 첫 출범이라서 관심이 쏠리는 국회다. <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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