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정신적 노화|늙었어도 마음 젊게 소외감·허탈은 금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우리 선인들은『일소일소 일노일노』라고 가르쳤다. 정신적인 자세가 장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가르침이다. 이것은 만고부식의 진리다. 지금껏 늙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 정체를 구명하지 못하고 있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노화현상을 재촉하는 요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정신적인 자세라는 것이다.
최근 장기학자들은 노화현상을 재촉하는「유전적인 시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정신적인 자세와 사회적인 자세라는데 점차 눈길을 들리고있다.
「유전적인 시계」라는 개념은 미국 스탠퍼드의대 교수인 「레너드·헤이풀릭」박사가 196l년 암세포를 조직배양하는 도중 우연히 발견한 것. 언제 노쇠현장이 시작할 것인가를 유전명령에 따라 결정짓는 다고 해서 「유전적인 시계」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되었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가더라도 정신이 건전하고 마음가짐이 젊으면 「유전적인 시계」의 바늘을 붙잡아서 노쇠현장을 늦출 수 있다는 주장이 최근에 이르러 장협의학자들 사이에 강력해졌다.
노인들의 초연한 자세가 그들의 수명을 결정하는 직접적인 요인이라는 사실도 이젠 전혀 새롭지 않게 되었다.
미국 뉴욕대학교의 두뇌학자인「에드먼·말목」박사는 『만약 어떤 사람이 단지 늙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일에서 물러 나라고 압력을 받게되면 그는 곧 자신은 무용지물이라고 자탄하고 자신의 삶을 오히려 저주스럽게 생각, 오래 살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그러한 심리적 허탈이나 소외감이 곧 단명을 재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옛날 가족제도에서는 아무리 늙게 되더라도 여전히 가족의 이사로서 자기 맡은바 임무를 다했지만 오늘날 노인들은 그 사회의 무용지물로 버림을 받아 외로운 존재로 전락하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단명을 재촉하는 두뇌적 압력이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노인들의 자살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보도다. 전체 자살자 가운데 60세이상이 무려 30%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가장으로서 가족성원의 존경을 한몸에 받고 있었으며 청소를 한다든지 빨래를 한다든지 혹은 아기를 본다든지 해서 육체적인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세계적인 장수촌으로 손꼽히는 에콰도르「빌카밤바」계곡의 촌락과「조지아」의 곱카지아, 그리고 캐슈미른의 혼자마을을 직접 답사한 「알렉산더· 리픈」박사 (하버드대교수)의 보고내용이다.
소련의 코카서스 지방이나 일본의 동원지방도 1백세 이상의 장수자가 많은 지역으로 유명한데 이곳 노인들도 역시 집안의 중심 인물로서 자기의 맡은바 역할을 다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장자촌들의 예는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로 적극적인 생활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 장수에 얼마나 크게 영향을 미치는가를 잘 말해준다.
우리나라에서는 어찌된 셈인지 조로현상이 퍽 강하다. 중년기에만 접어들면 일선에서 물러나 활동을 멈추려고 한다. 그리고 나이가 많다든지 노인스러움을 유난히도 앞세우는 경향이다.
이러한 조로현상이 「유전적인 시계」의 진행을 재촉해서 노화현상의 시기를 오히려 앞당길 것은 뻔하다.
그보다는 나이가 들수록 멋을 부리고 무슨 일에든지 앞장서는 적극적인 생활태도가 아쉽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제법 활기를 띠고 있는「댄디즘」은 퍽 바람직스러운 추세라고 하겠다.
화려한 빛깔이나 디자인으로 멋을 내고 걺은이들과 경쟁하더라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겠다는 정신적인 자세는 노화현상에 대처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임에 틀림없다.
말목그박사가 지적했 듯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사회적으로 장수를 누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삶에 대한 긍정적인 자세로 항상 유쾌한 마음으로 무엇인가 사회에 유익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안정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김영치기자 (의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