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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포퍼먼스로 지하철 희생자 넋 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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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애절하게 가신 님의 넋을 옷 짓는 작업을 통해서나마 달래 드리고 싶습니다.”

대구지역의 중견 패션디자이너 최복호(55)씨는 요즘 대구지하철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패션 퍼포먼스 준비로 분주하다. 21일 개막되는 국제패션페스티벌에서 선보이기 위해서다.

이날 오후 4시부터 30분간 열리는 자신의 무대에서 ‘지워진 자를 위한 난장’이란 주제로 한마당 진혼굿을 펼친다.

이번 무대는 패션작품 외에 영상·음악·무용이 어우러지는 종합 아트페스티벌로 기획된다.

최씨는 이를 위해 테마 음악 및 춤의 안무를 지역 중견 작곡가·무용가인 이상만·김종철씨에게 따로 의뢰하는 등 기존의 패션쇼와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최씨가 대구참사를 테마로 만든 패션작품은 패션쇼 후반에 소개될 ‘통곡의 벽’이다.

그는 “사고 당시 어둠 속에 굳게 닫혔을 방화벽을 소재로 안전불감증을 고발했다”고 설명한다.

이번 패션무대의 도입부는 흰 광목을 소재로 한 15벌의 옷을 스크린으로 하는 영상 쇼로 시작된다.

영상 쇼는 지하철 참사 외에도 촛불시위, 북핵사태, 보수·진보 및 세대간 갈등 등 오늘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문제들을 타악기의 리듬과 함께 파노라마처럼 보여 준다.

1970년 초반 패션계에 입문한 최씨는 그간 여성해방·환경파괴 등 사회성 높은 패션무대를 열어 왔다.

최씨는 “옷의 본질이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이기 때문에 패션작업도 사회현상과 무관할 수 없다”고 말했다.

21·22일 대구시 북구 산격동의 한국패션센터에서 열리는 대구국제패션페스티벌에는 한국·중국 등 6명의 디자이너가 참가한다.

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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