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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슨 초 위기" 몰고 온 「워터게이트」사건-확대 일로의 미 민주당사 도청의 배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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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워싱턴=김영희 특파원】「워터게이트」 사건은 지금도 하루가 다르게 확대 일로에 있지만 그 추악한 사건의 진상은 어지간히 드러났다.

<「키신저」만 관련 안된 듯>
백악관의 「닉슨」진영은 「워터게이트」 「스캔들」의 불길에 휩싸여 있는 꼴인데 지금까지 밝혀진 내막만 가지고도 「닉슨」의 주요측근과 참모 중에서 그 불길을 무사히 피할 사람은 「키신저」·「슐츠」 등 극소수라는 판단은 가능하다.
소위 남부 「캘리포니아」부대를 거느리고 「닉슨」그늘에서 지난 4년 동안 이 나라 정치를 한 손에 요리한 백악관비서실장 「봅·핼더먼」은 대통령법률고문인 「딘」3세와 함께 직접·간접으로 사건에 관련되어 파면 아니면 사임은 시간문제이고 전 법무장관인 「존·미첼」·전 상무장관 「모리스·스탠즈」는 자칫하면 기소까지 될 가능성이 있다.
그밖에도 전 백악관 보좌관으로 「닉슨」재선위원회의 부위원장으로 발탁, 전출된 「매그루더」·「스트라젠」·「닉슨」의 개인변호사인 「허버트·캠버크」·전 백악관보좌관 「드와이트·채핀」·「닉슨」재선위원회참모 「프레드·라쥐」 등 「닉슨」 밑에 있는 사람으로 「워터게이트」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사람은 열 손가락도 모자란다. 「칼럼니스트」인 「스튜어트·올섭」은 이 사건을 「닉슨」의 『초 위기』라고 표현했고 「닉슨」자신도 이 사건을 70년 「캄보디아」 침공만큼 큰 위기로 간주한다.

<닉슨 참모들 자중지난>
특히 지탄의 대상이 되고있는 것은 사건 자체보다도 그것을 은폐한 「닉슨」 진영의 처사다.
「닉슨」은 지난해 8월29일 『나는 이 사건에 어떠한 백악관보좌관이나 행정관리도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라는 성명을 냈다.
「닉슨」은 자신의 판단이 「존·딘」의 조사결과에 입각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4월 중순 「매그루더」가 「미첼」과 「딘」3세의 관련을 폭로한 뒤 「닉슨」은 17일 비로소 『나는 이 사건을 깊게 수사하라고 명령했다. 현재까지 수사에 중요한 진전이 있는데 만약 백악관 당국이나 행정부 관리가 관련된 것으로 판명되면 해직시키겠다』고 백악관보좌관들의 관련 가능성을 시인했다.
「닉슨」이 말한 「주요 진전」의 내용은 밝히지 않았는데 그는 휴가를 「플로리다」에서 보내면서 다음단계의 조치를 결정할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이번 주 안에 그가 시작한 「새로운 조사」의 결과와 함께 사건 관련자에 대한 조치를 발표할 것 같다.
「닉슨」의 중대발표를 앞두고 백악관당국 「닉슨」측근들은 고성락일의 병사들처럼 서로들 책임을 전가하는 자중지난을 일으키고있어 사건의 흥미를 한층 돋운다. 「핼더먼」을 두목으로 한 남부 「캘리포니아」부대의 충성파, 「매그루더」가 14일 「미첼」과 「딘」3세의 관련을 폭로하자 「딘」3세는 『내가 속죄양이 될 것 같으냐』면서 배후는 한층 높은데 있다는 암시를 가지고 반격했다.
「핼더먼」은 「미첼」「딘」 세력과 암투를 하면서 「존·엘리크먼」과 제휴한 듯 하지만 「엘리크먼」으로 말하면 불길이 자신에게 튈까봐 지레 겁을 먹고 백악관 안의 사건관련자들을 신문에 누설시키고 있는 장본인으로 소문났다.
남부 「캘리포니아」사단 중에서 유일하게 「지글러」만은 살아남을 모양이지만 그도 지난 10개월 동안 백악관보좌관들과 재선위원회 사람들의 「워터게이트」사건 은폐작전에 말려들어 위신을 크게 잃었다. 벌써 「코널리」 「레어드」같은 굵직한 이름들이 「핼더먼」 후임으로 신문에 오르고 있는 정도다.

<「음모의 분위기」 서려>
「뉴요크·타임스」의 「제임즈·레스턴」「칼럼니스트」, 「조셉·크래프트」를 위시한 저명한 논객들은 사건 관련자들이 「닉슨」행정부를 지배하는 「음모의 분위기」의 희생자들임을 지적한다. 「레스턴」은 「닉슨」은 자기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자기의 재진을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공포와 의혹의 분위기를 조성했다. 「워터게이트」사건의 관련자 대부분은 그들이 속한 분위기로부터 생성한 범죄의 희생물들이다』라고 갈파하고는 「닉슨」에게 참모들만 바꿀게 아니라 분위기를 일신하라고 촉구한다. 「크래프트」의 의견 역시 마찬가지다. 『「닉슨」은 자기 행정부의 성격을 굳혀 놓았다. 이성을 초월해서 승리와 충성, 그리고 강경만을 강조했다. 그는 「도덕성」을 밥먹듯이 외어 왔다. 「워터게이트」사건은 대통령이 획일화된 행정관료들에게 강대한 권력을 부여한 상황에서 선거에서의 대승 이상의 어떤 목적에 의해 터진 대표적인 사건에 불과하다.』
「닉슨」의 인기는 최하점으로 떨어지고 있고 내년의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들은 큰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 반대로 「코널리」를 따라서 공화당으로 옮아가려던 남부민주 및 일부는 「워터게이트」사건에 놀라 민주당에 눌러앉기로 하고있는 실정이다. 백악관 참모의 관련을 강력히 거부하던 「닉슨」 태도가 공화당내부의 압력으로 번복되었다.
「닉슨」의 4월17일 발표는 대체로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사건 관련자들의 면책을 봉쇄해버린 「닉슨」성명은 오히려 하위 관련자들이 고위관련자를 아는 대로 실토할 「찬스」를 봉쇄했다고 말한다.
「워터게이트」사건 담당판사 「시리카」는 「매코드」를 비롯한 도청피고들에게 면책을 보장한 대가로 많은 자백을 받아냈다.
민주당 측은 공화당을 상대로 6백40만「달러」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 중인데 돈에 궁한 민주당은 공화당이 제의한 52만「달러」로 타협하려다가 여론의 지탄을 받고는 번의 했다.

<의회교섭 중대 난관에>
앞으로 상원 조사위는「텔리비젼」 중계를 포함한 공개증언에 전직·현직 「닉슨」 참모들을 출두시켜 사건의 내막을 추궁할 참인데 그렇게되면 「닉슨」의 권위는 심각한 위협을 받을 것이고 예산심의를 앞둔 지금 의회를 상대로하는 교섭이 큰 난관을 맞을 것이 분명하다.
만성적인 「닉슨」 예찬자의 한사람인 「스튜어트·올섭」은 「뉴스위크」지에서 『「닉슨」은 결정적인 순간에 스스로 조사에 나서고 있다고 밝힘으로써 스스로의 결백을 증명하고 있다』라고 꿈같은 궤변을 펴고있지만 「워터게이트」사건으로 「해피·엔딩」을 맞을 사람은 민주당과 「저널리스트」들 뿐이다. 특히 기자들은 사건의 집요한 추적으로 마침내 「악당」들의 정체를 밝히는데 성공했고 「워싱턴·포스트」지는 그 중에서도 수훈을 세웠다. 내년의 「퓰리처」상 수상자는 「워터게이트」 사건 취재기자 중에서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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