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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목의 톡신 이야기] 보톡스로 피지분비 억제해 여드름 치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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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톡스(보툴리눔)로 여드름을 치료한다? 믿기지 않겠지만 효과는 확실하다.

 원래 보툴리눔이 의료에 이용된 것은 근육의 마비 효과 때문이다. 독소는 운동신경 말단 부위에서 아세틸콜린 분비를 억제해 해당 근육을 마비시킨다. 따라서 초기에는 눈꺼풀 경련, 목이 기우는 사경(한쪽 근육이 수축해 목 근육의 균형이 깨짐), 소아마비의 근육강직 등에 사용했다. 그러다가 치료 영역이 획기적으로 넓혀졌다. 성형외과 의사가 쓰기 시작한 것이다. 굵은 주름이 얼굴 근육의 반복적인 움직임에 의해 만들어진다는데 착안해 앤티에이징에 활용했다. 이후 저작근을 마비시켜 사각턱을 개선한다거나, 비복근을 위축시켜 종아리를 예쁘게 만들어주는 시술 등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요즘 보톡스는 피부의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더모톡신이 그것이다. 더모(dermo) 즉 피부라는 단어와 톡신(toxin)을 합성한 이 단어는 종래 근육에 놓던 톡신을 피부(진피층)에 주입하는 것이다. 근육이나 신경을 마비시키는 효과보다 피부 진피층의 콜라겐을 늘려 탄력을 만들어주는 게 목적이다. 주름살 개선은 물론 맑고 건강한 피부를 만드니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추가됐다. 여드름 치료가 가능해진 것이다. 특히 피지분비가 많은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악성 여드름에 탁월하다.

 여드름은 피지분비와 관련이 있다. 피지가 모공 속에서 세균에 감염돼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 여드름이다. 여드름 종류는 많지만 발생기전은 모두 비슷하다.

 흥미로운 것은 보톡스가 피지분비샘을 위축시켜 피지를 줄여주는 것이다. 분비샘의 기능을 떨어뜨려 피지생성을 막는다. 지루성피부염으로 머리카락이 빠지는 사람도 같은 원리로 치료를 한다. 두피에 보톡스를 주사하면 피지 분비가 줄고, 이로 인해 염증이 치료돼 탈모가 멈춘다.

 보툴리눔의 여드름 치료 효과는 2~3일부터 나타나며, 3~6개월 효과가 지속된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태반주사를 곁들인다. 태반추출물은 간기능를 비롯한 오장육부의 기능을 개선하는데 이러한 장기의 회복이 피부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된다.

 아쉬운 것은 법적으로 18세 미만은 보툴리눔 치료가 허용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보툴리눔 독소가 의료에 처음 이용될 때 성장기 청소년에 어떤 영향을 줄 지 확실한 데이터가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성인이 보툴리눔 독소를 이용해 여드름을 치료하면 피부도 젊어지면서 여드름을 치료하는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김경목 미래로 성형외과 원장
더모톡신연구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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