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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준률의 인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국내유동성이 계속 늘어남에 따라 그동안 통화안정계정으로 8백억 원을 동결시켰던 한은은 이 조치만으로는 과열기미의 경기를 누를 수 없다고 판단, 이제 다시 지준률을 평균2%씩 인상키로 했다.
이러한 지준률 인상은 현재의 통화량 및 국내여신동향으로 보아 불가피함은 일단 인정할 수 있으나,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충분한 평가와 그에 따른 대응책이 마련돼 있는가 하는 보다 넓은 시야에서 볼때에는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
오늘의 과잉 유동성 공급이나 「인플레」압력이 금융 측 요인에 기인되는 것이 아니라 함은 통화량증감요인으로 보나 국제경제환경요인으로 보나 분명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선 급한 대로 모든 주름살을 금융부문에 전가하려든다는 것은 합리적인 정책이 될 수 없다. 물론 제 지표의 움직임이 일시적인 것이며 그것이 금융정책의 조정으로 정상화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라면 비록 과잉유동성이나 「인플레」압력이 금융적 요인에 의해서 야기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금융긴축으로 대응한다해서 큰 잘못이 될 리는 없다.
그러나 과잉 유동성 문제나 「인플레」압력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본질적·지속적인 것이라면 경제동향을 재평가하고 그에 따라서 근원적인 정책체계를 다시 구성하는 것이 보다 이치에 맞는 것이다.
그래서 우선 필요한 것은 과잉유동성의 근원이 과연 재정 측에 있는 것이며, 또 그러한 유동성이 단시일 안에 해소될 수 있는지를 깊이 평가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8·3조치 후에 제 가격은 몇몇 품목의 예외는 있지만 거의 동결되다시피 돼있는 반면, 수입 「코스트」는 국제통화파동의 여파로 인하여 계속 상승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때문에 다른 사정이 급변하지 않는한, 사업소득세 및 법인세 수입이 예상보다 감소할 것을 예상키는 그리 힘들지 않는다. 또 임금 인상이 억제됨으로써 갑근세수의 증대를 크게 기대할 수도 없을 것이다.
이러한 기본여건을 감안할 때 재정 측의 사정이 단시일 안에 크게 철회될 가능성은 적다. 따라서 현재의 동향을 전제로 하는 한, 금융은 더욱 긴축일변도로 기울 수밖에 없는 것이며, 이는 결과적으로 민간부문을 억압함으로써 세수전망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다음으로 국제환경의 변화로 야기되는 수입「코스트」의 상승과 국내가격과 수출가격 간의 격차발생으로 인한 수출입 「인플레」압력은 가격체계의 재형성을 시도하지 않는한 국내경제질서를 교란시킴으로써 경제활동의 합리성을 왜곡시킬 수밖에 없다. 이러한 본질적인 문제를 그대로 놓아둔 채 금융을 억제해서 「인플레」 압력을 완화시킬 수 있겠는지에 상도할 때, 문제를 너무 안이하게 보는 것이 아닌가. 물론 제 가격체계의 재형성을 시도할 때 일반물가수준이 올라가는 것은 불가피하므로 이를 단행할 수 없다는 것은 알 수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과거의 가격체계를 전제로 경제정책을 전개한다는 것은 특히 합리성을 생명으로 하는 경제분야에서는 납득키 어렵다.
오히려 일단 정상화된 체계 하에서 앞으로 물가가 더 오를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 경제정책의 고유한 과제이다. 경제의 본질적 동향을 인정하고 들어가는 것이 정책논리의 기본임을 직시하여 종합정책의 체계를 새로운 각도에서 마련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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