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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기구의 확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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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16, 17일 양일에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외상회의는 5개국으로 구성된 현 기구에 남북월남·「라오스」·「크메르」 및 「버마」 등 5개국을 추가시킴으로써 앞으로는 10개국 기구로 확장하는데 합의를 보았다. 또 이 회의에 참석한 5개 회원국 대표들은 비공개회담에서 중공과의 화해를 위한 공동의사를 확인, 회원국은 각각 독자적인 외교정책을 견지하면서, 앞으로 당면하게 될 국제문제에 관해 각 회원국이 취할 조치를 서로 통보하기로 했다고 한다.
최근 동경에서 열린 「에카페」 총회에서는 태평양·「아시아」지역에서의 새로운 협력기구 창립문제를 둘러싸고 막후접촉이 벌어졌으나 아무런 성과를 보지 못했었다. 미·중공이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화해를 향해 적극적으로 접근하였고, 또 일·중공의 국교가 정상화한 오늘의 국제정세 상황하에서의 새 지역협력기구는 적어도 다음 세 가지 성격을 준비해야 한다.
첫째 「이데올로기」나 사회 체제의 차를 넘어 이 지역에 있는 모든 국가에 문호를 개방해 주는 보편적인 것이어야 하며, 둘째 냉전의 도구가 아니라, 냉전을 해소하는 역할을 맡아야하며, 셋째 과학기술교류와 경제협력을 가지고 사회지역 발전의 후진성·불 균형성을 극복하는 기구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아시아」·태평양지역에 있어서 새 협력기구를 탄생시키기 위한 노력이 일단 좌절된 소이는 이 지역 내 국가들 사이에 이러한 이념을 현실적으로 추구할만한 신뢰의 분위기가 형성돼있지 않은 데다가 새 기구의 윤곽이 밝혀지기도 전에 일본이나 중공 등이 주도권을 잡고자하는 징조를 엿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시아」·태평양지역의 모든 국가를 망라한 일반적인 지역협력기구의 설정이 일단 유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동남아국가연합이 5개국 기구에서 10개국 기구로 확대하는 움직임을 구체화한 것은 국제정치상 새 협력기구의 방향을 시사하는 것이다.
동남아국가연합 소속 5개국은 미·중공 화해접근이 따르는 정세변화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 벌써 72년 말의 각료회의에서 『평화·중립선언』을 해버렸다.
그들의 「평화·중립」의 뜻하는 바가 무엇인가는 아직까지 명백하지 않다.
그러나 그것은 이들 국가가 강대국에 대해서 평화공존하고, 또 외교정책상 중립주의를 추구하는 대신, 강대국으로부터의 내정간섭을 일치단결해서 배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해서 큰 잘못은 아닐 것이다. 이 평화·중립노선에 대한 공명과 새로 동남아연합에 들어가기로 되어있는 5개국이 차지하는 지정학 상 위치가 이번에 동연합을 5개국기구에서 10개국기구로 확대하는 움직임으로 나타난 것이다. 「버마」는 오래 전부터 중립노선을 걸어왔고, 또 인지반도 4개국 중 월남·「라오스」·「크메르」 등은 지난번 발효한 휴전협정으로 불가피하게 중립·연정의 길을 지향하기 않을 수 없게 된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동남아국가연합이 회원국 수에 있어서 배가된다 하더라도 이들 국가들 가운데는 군사강국도, 경제부국도 없는 형편이므로 지역협력의 실효를 거두기는 여전히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태동하고있는 새 협력기구의 조직 및 운영의 방향이 무엇이겠는가에 관해 하나의 중대한 시사를 주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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