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Sunday] 알뜰폰 열풍과 ‘날마다 할인’ 정책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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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4호 31면

가입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알뜰폰을 사는 이는 매월 10만 명에 이른다. 누적 가입자 수는 약 250만 명. 내년 말께엔 500만 명을 헤아릴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이는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10%에 해당한다.

인기 비결은 가격 경쟁력이다. 우체국 판매 알뜰폰은 출시 3개월 만에 가입자 3만 명을 돌파했다. 우정사업본부 측은 “월 기본료 1000원짜리 제품처럼 가격 경쟁력이 분명한 제품이 특히 인기를 끌었다”고 전했다. 내년엔 후불폰, LTE폰 등이 더해져 제품 라인업도 강화된다.

알뜰폰의 인기는 국내에도 불어닥친 블랙프라이데이 열풍과 맥이 닿아 있다. 온라인 오픈마켓 업체인 ‘11번가’에 따르면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기간(11월 29일∼12월 1일)에 이 회사의 해외 브랜드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85%나 급증했다. 이 회사 해외 브랜드 매출의 대부분은 해외 직배송 상품으로 이뤄져 있다. 11번가를 통해 국내 소비자들이 안방에서 해외 제품을 직접 사들였다는 얘기다. 이런 저가 희구 심리는 삼성전자와 LG전자 같은 대형 가전업체에까지 미쳤다. 소비자들이 이 기간 중 미국 현지에서 판매된 가전제품 값과 국내 판매 가격을 직접 비교하게 되면서다. 제품에 따라 100만원 넘게 가격 차이가 나는 것을 보며 “한국 소비자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불평이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터져 나왔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운 일이다. 국내외 유통 구조가 다른 데다 현지 경쟁 상황 등을 따져서 제품 가격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는 동일한 효용(상품)을 누리는 데 더 많은 비용(차별가격)을 들이려 하지 않는다. 같은 물건을 사는데 양쪽의 값이 다른 이유를 이해하려 하지도 않는다. 그냥 더 싼 곳에서 구입하면 그만이다. 극심한 내수 침체 속에서도 면세점·아웃렛 등의 매출이 꾸준히 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입품이라고 해서 반드시 값이 더 비싼 세상이 아니란 것도 소비자들은 안다. 르노삼성자동차가 최근 수입·판매하기 시작한 ‘QM3’가 대표적이다. 이 차는 르노의 스페인 공장에서 생산돼 들여오지만 국산차와 비슷한 2000만원 초·중반 가격이 매겨졌다. 그 덕에 지난달 사전계약 때 첫 물량 1000대가 7분 만에 모두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국내 기업들로선 제품의 값과 질을 한꺼번에 잡아야 할 판이다. 월마트가 세계 시장을 석권해 온 것도 결국 ‘같은 제품이면 더 싼값에 판다’는 ‘Every Day Low Price’ 정책을 꾸준히 지켜온 덕이다. 소비자들은 굳이 생산원가나 유통 구조 등을 따지지도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이들이 궁금해하는 건 어디가 얼마나 싸냐는 쇼핑 정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더 좋은 제품’이란 간명한 원칙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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