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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들 장부 4가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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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SK글로벌의 분식회계 사실이 폭로되면서 한국 대기업들의 회계부정 관행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11일자 기획기사에서 "지금까지 한국의 재벌기업은 네가지 각기 다른 회계장부를 가졌고 정확한 회계내용은 오너만이 알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네 가지 회계장부 중 첫째는 주주들 열람용으로 각종 불리한 정보들은 삭제된 장부다. 둘째는 세무관리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탈세를 위해 수치가 조작된 장부를 말한다.

셋째는 경영진들이 보는 장부로 위의 두 장부에 비하면 좀더 솔직하고 포괄적인 내용이 담긴다. 마지막이 바로 오너를 위한 장부로 이 장부는 회계상의 모든 진실을 포함하고 있다.

FT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재벌기업들이 회계장부를 투명하게 만들어 왔고 이에 따라 이러한 관행이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며 "그러나 지난 11일 SK글로벌의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나고 관련 임원들이 기소되면서 회계부정 관행이 여전히 살아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SK뿐 아니라 삼성 등 6대 재벌그룹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도 이뤄지고 있어 얼마나 많은 재벌들의 불공정행위가 적발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하기 전부터 줄곧 재벌의 가족소유구조에 대한 개선과 소액주주들의 권익을 신장시켜 나갈 것에 대해 약속해 왔기 때문에 SK 사태는 새 정부가 추진할 재벌개혁의 신호탄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FT는 한국에선 이번 SK회계분식 사건의 적발을 환영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서울의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사람이 재벌들의 회계투명성 수준이 한층 더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같은 조사에 대해 시장은 일단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의 경제단체들은 재벌이 여전히 경제발전에 이바지하는 바가 크다며 盧대통령의 재벌 견제 정책에 대해 매우 위험한 시기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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