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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열경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한은이 작성한 지난 2월중의 경기예고지수는 전반적인 경기과열 현상을 나타내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 업계나 당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이냐에 따라서 앞으로의 경제동향은 달라질 것이다.
생산지수는 전년 동기에 비해서 29.8%가 늘어났고, 총 통화량은 같은 기간 중 무려 4.1배나 늘어났다.
또 같은 기간에 수출은 52%가 늘어난 데 반해서 수입은 2배나 늘어났으며, 재고는 1.4%밖에 늘어나지 않았다. 이러한 제지표의 움직임으로 보아, 이 나라 경제는 분명한 과열기미를 나타내고 있다 하겠으며, 그대로 방치한다면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즉 현재와 같이 물가동결 정책을 고수하는 한, 과열현상은 결국 국제수지의 악화로 귀결되거나, 아니면 품귀현상의 일반화로 귀착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경기예고지표를 어떻게 해석하고 대처할 것이냐에 대해서 관·민은 다같이 깊이 검토해 보아야하겠음을 우선 강조하고자 한다.
원칙적으로 말하여 경기예고지표가 믿을만한 것이라면 예고지표가 적신호를 보내고 있는 이상, 정책당국은 당연히 수축정책을 집행해야 마땅하다. 그러므로 적신호가 켜진 예고지표에 대응해서 1차적으로는 정책당국이 신속하게 사태를 평가할 의무가 있다.
지금까지 정책당국은 경기동향에 따라서 금융을 누르는 데만 그치고 있었던 것이나, 이 정도의 대응만으로는 사태를 개선하는데 미미한 점이 너무나 많을 것이다. 그러므로 과잉유동성의 근원을 이루는 재정문제를 예고지표에 따라서 철저히 검토해 보라는 것이 우리의 권고이다.
다음으로 경기예고지표에 대한 민간의 반응태도도 국민 경제적 입장에서 재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경기가 적신호를 보내고, 우리의 국제수지 전망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라면, 정책당국의 정책조정에 앞서 민간부문에서도 자발적으로 투자계획을 조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물론 수입자재가격이 계속 오름세에 있으며 수출사정도 호전되고 있으므로 차제에 환물투자를 해두거나 시설을 확장해 두는 것이 사기업의 입장에서는 유리하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민간부문이 경쟁적으로 환물에 쏠리거나 투자확대를 서두를 때 국민경제는 외환압박과 「인플레」역력에 직면해서 교란될 수밖에 없을 것이며, 결과적으로는 모두가 상실을 입게 될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원래 정책조정은 관료조직의 본질적 주체성 때문에 현실 경제동향이 크게 악화된 연후에야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걸기는 힘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오히려 민간업계가 경기동향에 주목해서 정책당국보다 한발 앞서 움직이는 관례를 형성해 나갈 필요가 절실하다. 민간기업이 화폐가치 하락을 「헤징」하기 위한 투자는 자숙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며, 동시에 일시적인 국제경제 여건에 말려들어 무모한 시설경쟁을 하는 것도 삼가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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