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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숲속에 새집 달기 운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회갑을 넘긴 노인들이 남산 숲 속에 새집을 달아주는 이색적인 행사로 식목일을 기념했다.
4일하오3시 중구 장충공윈에서 열린 중구시민 녹화대회에는 『나무사랑·나라사랑』이란 「피키트」를 든 25명의 할아버지「팀」이 빨강·파란색으로 예쁘게 단장한 새집 (가로· 세로25㎝·높이30㎝을 들고 참가, 식이 끝난 후 새집을 갖고 남산 숲으로 향했다.
이들 원로들은 장수회관 대학 상록회(회장 윤판석·64) 회원들. 지난해 12월12일 남산 조기산책길에서 얼굴을 익힌 25명의 모임이다.
이날 대학상록회원들이 남산 숲 나뭇가지에 매달아준 새집은 모두 1백개.
새집1개를 만드는데 3백원이 들었다는 이준호씨(67·성동구마장동463의2) 는 『남산의 새 소리라도 후배들에게 전해 주었으면』하는 생각에서 새집을 만들었다고 했다.
신상순씨(70·중구장충동203의16) 는 50이 넘은 장남 동욱씨 한테서 받은 용돈으로 새집 1개를 만들었다면서 『황새나 두루미 등 희귀한 새를 찾아 보호하는 것도 좋은 일이나 있는 새라도 보금자리를 찾아주는 일이 급한 것』같다고 했다.
강학준씨 (72· 성동구신당동)는 아침산책길에 팔각정 아래 새마을 약수터에서 생수 한 사발을 들이켜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새소리를 들으면 생기가 도는 것 같았다고 했다.
대학상록회회원들이 남산에 새집을 달기로 한 것은 지난달20일 제16차 회의때 회장 윤씨가 제안, 만장일치로 찬성한 사업.
회장 윤씨는 회원 지택순씨(62·장충동2가41)와 함께 매일새벽 남산팔각정까지 조기산책을 하고있는데 지난3월초 어느 날 아침 남산활터 뒷길에서 파랑새 한 쌍이 이 나무 저 나무 가지로 옮겨가다 보금자리를 찾지 못하고 금호동 쪽으로 그냥 날아가 버리는 것을 보고 안타까왔다는 이야기를 회원들에게 전했던 것.
윤 회장은 식목일을 하루 앞당겨 기념했다면서 4월말 중에는 도봉산에도 1백 개의 새집을 달기로 했다고 전했다. <김재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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