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의 양성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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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유신국회의 개회에 마라 앞으로 정치자금의 조달배분이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에 따라 양성화될 것 같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2일 밤 국회·정부 및 실업계 대표 7명은 간담회를 갖고 금년도에 2억2천만원을 모금하고 내년부터는 연간 4억원씩을 기탁하도록 하기로 했다 한다. 정치자금의 양성화는 우리나라의 민주정치발달을 위하여 우선 환영할만한 일이다.
정치자금을 법에 따라 기탁한 자에 대하여는 그 정치자금에 상당하는 금액에 대한 법인세·소득세 및 증여세를 면제토록 하고 있기 때문에 제공자에게는 어느 정도의 이점도 있다. 그러나 공개적인 기탁이요, 또 특정 이권과 관련이 없기 때문에 기탁자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적어 이를 기꺼이 기탁할 것인가는 의문이다. 기탁을 하는 사람은 주로 경제단체들인데 이들 경제단체는 68년 10월부터 「정경간담회」로 일원화되어 기탁에 응해왔었다.
경제단체가 정치자금을 내는 경우에는 결국 제품「코스트」에 반영되어 대중부담으로 파급될 것이기 때문에, 정치자금을 예산화하여 일정액이상의 고액소득 층에 세금을 부가하여 정치자금을 부과하자는 안도 나오고 있다.
서독에서는 선거자금을 정치선전활동비로 보아 국고에서 보조하고 있으며, 미국의 대통령선거대금도 국세청에서 기탁을 원하는 자에게서 받아들이고 있다.
이처럼 정치대금을 법제화하여 고액소득층에 부가세로 물게 하는 것도 한 방편이기는 하나 정치자금이란 본래 국민의 세금에서가 아니고 당비나 당원의 헌금을 통하여 조달하여야 하는 것이 원칙일 것이다. 또 정치자금이 필요악이라고는 하더라도 정치자금의 과다한 사용은 결코 바람직한 일도 아니다.
물론 정당·교섭단체의 활동에도 돈이 필요할 것이기는 하나 유신헌정의 목적이 돈 들지 않는 정치를 하자는데 있는 만큼 정치자금을 과다히 쓰는 폐풍은 없어져야만 할 것이다.
6년마다 한번의 국회의원선거 밖에는 별 할일 없는 정당에 과다한 국세가 지출되는 경우 국민은 정당의 존립을 부인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국민의 혈세로써 정당·교섭단체에 대한 지원을 한다는 것은 그들의 활동이 전체국민의 이재증진에 구체적인 공헌을 할 수 있다는 심증을 가질 수 있을 때에만 비로소 정상화될 수 있는 것이다.
현재처럼 당리·당략이 위주가 되고있는 우리나라 정치풍토를 그대로 두고 서는 국민의 납득을 얻기란 어려울 것이다.
항간에서는 국회의원의 월 실수총액이 73만원으로 이것은 일반 봉급자에 비하여 지나치게 많다는 비난조차 있는 터가 아닌가.
다만 정당의 지구당관리비나 운영비에 대한 보조금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다. 정당의 정치활동자금의 마련을 위하여 당장에는 정치자금의 양성화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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