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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터베리」대주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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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캔터베리」대주교는 전 세계의 성공회를 대표하는 성직자이다. 성공회라면 「앵글리컨·처치」를 말한다. 1534년 「로마·가톨릭」교회로부터 39개조의 신조를 갖고 분파 되었다. 세계적으로 그 신자는 약 5천만명을 헤아린다. 우리 나라엔 1889년 「코르테」감독이 건너와 정식으로 발족했다. 현재 3만여명의 신도를 갖고 있다.
「캔터베리」는 인명으로 착각하기 쉽다. 지명이다. 영국의 동 남단 「켄튼」군의 도시. 「런던」에선 동남으로 약 1백km 떨어져있다. 「도버」해협을 가까이 끼고있는 도시로 교통의 요지이다.
하지만 이 「캔터베리」는 종교도시로 더 유명하다. 여기엔 14세기에 건립된 「캔터베리」 대사원이 있으며, 이 사원은 전 영국의 수좌대주교구로 권위를 갖는다.
그 「캔터베리」대주교인 「마이클·램지」박사가 24일 내한했다. 그는 우리에겐 좀 생소한 인물이다. 하지만 「램지」박사는 61년 「캔터베리」대주교로 승좌한 노련한 종교지도자이며 또 신학자이다. 그는 작년 2월 『현대 세계의 무력과 폭력 사용에 의한 제 문제』라는 저서를 낸 바도 있었다. 그 제목이 시사하는 것처럼 이것은 정치적 발언이기도 하다. 인류복지와 세계평화를 위한 강력한 의견으로 그는 무력 사용의 금지를 호소한 것이다. 그의 주장 속엔 월남의 종전 호소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것은 월남 종전을 단호히 요구한 「로마」교황 「바오로」6세와 함께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그의 사회적 발길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70년엔 남「아프리카」를 방문하고 민족차별정책을 맹렬히 비판했다. 또 영국 안에선 사형제도의 폐지를 주장했었다.
세계의 모든 종교는 그 시대정신을 앞서지 않으면 안 된다. 종교는 정신의 빛과 힘을 주는 신비한 능력을 갖고있다. 종교가 그 시대의 정신에 뒤지면, 그것은 죽은 종교나 마찬가지이다.
세계의 역사는 허다한 종교의 부침을 보여준다. 결국 인간에게 희망과 신념과 용기를 주는 종교는 언제나 생명력에 넘쳐 있다. 훌륭한 성직자들은 오로지 기도의 생활만에 몰두하지 않고, 그 시대의 정신을 일깨워 준다. 그것은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정신적 방황에서 벗어나 확고한 인생관을 갖게 한다.
현대의 유력한 종교들이 사회적 관심을 게을리 하지 않으며, 부단히 무엇인가 발언하고, 행동하려는 것은 그런 데에 뜻이 있다. 영국의 성공회가 범 세계적으로 존재하는 것도 그런 정신의 빛과 힘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늘의 성직자들은 많은 사람들과 많은 곳에서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어한다. 「캔터베리」대주교의 내한도 그런 의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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