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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 아파트 주변에 성업중인 외래품 상|도깨비시장이 무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제2의 도깨비시장이 서울의 고급「맨션·아파트」주변에서 번창하고 있다.
H「맨션」·Y「아파트」·S「맨션」등 호화「아파트」안의「쇼핑·센터」나 연쇄상점에는 요즘 식료품을 비롯한 각종 특정 외래품이 버젓이 진열되어 있는가하면「아파트」주민들도 국산품은 아예 외면한 채 외래품을 애용하는 것이 생활화되고 있다.
가장 심한 곳은 H「맨션」·R「맨션」·G「맨션」등 55동과 외국인「아파트」가 몰려있는 서울 용산구 동련 이촌동과 여의도의 Y「아파트」(24동)일대.
이곳 「아파트」군(군)안의 상점이나 「아케이드」에서는 전기기구로부터 「아이스크림」에 이르기까지 온갖 외래품이 거래되고 있어 시내에서 구하기 힘든 물건도 이곳에서는 손쉽게 살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심한 것은 식료품. H「맨션·아파트」상가 C식품점의 경우 「초컬릿」「드롭프스」「젤리」「참스」사탕 「비스킷」등 과자 류와 쇠고기 생선 칠면조 「파이내풀」복숭아 과일 「칵테일」등 통조림 「오린지」「토마토」「파인」「주스」등의 외래품 20여종이 국산품을 제쳐놓고 즐비하게 진열되어있다.
Y「아파트」1층 Y「코너」양품점에는 「폰즈」「립스틱」「아이·섀도」등 여자용 외제화장품을 팔고있고 지하층의 N상회에는 식료품·화장품 외에 손수건·「팬츠」·칫솔 등 사소한 물건까지 외래품으로 진열되어있다.
R「맨션」1층 R완구점주인 박숙희씨(35·여)는 요즘 국산장난감은 외국산에 못지 않은데 손님들이 『우리 집에는 미제 아니면 안 갖고 논다』며 외 산을 찾는다고 말했다.
H「맨션」상가 K식품점주인 최모씨(40)에 따르면 이곳「아파트」에 사는 어린이들도 미제과자를 찾는데 『없다』고 대답하면『엄마가 미제 먹으래요』하며 국산 「초컬릿」이나 「비스컷」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나가 버린다는 것.
같은 상가에서 문방구를 경영하는 윤덕림씨(27)는『어린이나 부모들이나 연필까지 외제를 찾는 것을 보면 주민 이웃 간의 특권의식이 상승작용을 하는 것 같다』면서 『바로 부유층의 퇴폐풍조가 아니겠느냐』고 못마땅해 했다.
윤씨에 의하면 이곳 상점들은 당국의 단속 권에서도 벗어나 있다는 것. 지난「크리스머스」때 의례적인 단속을 했을 뿐 지금까지 한번도 당국의 감시를 받은 일이 없다는 것.
동좌 우동「맨션·아파트」군의 주민은 모두2천7백 가구에 1만5천 여명. 관할동회의 통계로는 주민 선거권자의 90%가 고졸이상의 학력에다 생활수준은 거의가 월수10만원이상의 상류.
주민 김모씨(40·회사원)는『시내 어디서나 팔고있는 의제물건을「맨션·아파트」에서 거래된다고 문제될 것은 없지 않으냐』는 가하면 이웃의 이모씨(35·기술사원)는 『생활수준·교육수준이 모두 높은 이곳에서 우리물건을 제쳐놓고 외제가 판을 치고 주민들이 거침없이 사용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엇갈린 의견을 내놓았다.
또「맨션·아파트」와 담 사이로 이웃한 공무원 「아파트」주민 이모씨(37·가정주부)는 『아동복이나 과자 따위의 미제 물건을 사달라는 자녀들을 타이르느라 애를 먹는다』고 소시민 주부의 애로를 털어놓기도 했다.
이들 외제 물건들은 보따리장수나 중계인으로부터 받아 놓지만 유출근원은 알 수 없다는 게 상인들의 말.
이모양(18·Y「아파트」상가 식품점원)은 작년5월·전국에 조직망을 갖고PX물품을 대량으로 빼내던 유호남(37·당시 KRE인천기지창 검수 원)일당6명이 검거되고 뜸하더니 요즘 다시 물건이 많이 들어온다고 귀띔했다.
2월 초순부터 가격은 평균30%가 올라 「코피」(「네스카페」10「온스」)가 2천 원, 「탱」(분말「오린지」)「주스」가 8백 원(27「온스」), 「파이내풀」통조림3백70원, 「립스틱」2천원 등을 받고 있지만 판매량은 전과 다름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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