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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1949년10월1일, 북경 천안문 광장에 모인 30만명의 민중앞에서 모택동은 선언했다. 『「중화인민공화국」은 오늘 여기서 성립했다』. 이것이 바로 「중화인민공화국」의 고호성이었다. 「파미르」고원으로부터 압록강대안까지 동서5천km, 흑룡강으로부터 해남도까지 남북5천5백km에 이르는 광대한 중국대륙이 통일국가의 모습으로 출현한 것이다.
이것은 세계육지의 14분의1강에 점하는 면적이다. 인구도 세계총인구의 4분의l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숫자이다. 한족을 서두로 몽고족·회족·서장족·「위구르」족·묘족·오족·장족·포의족·만주족에, 기타 약50의소수민족을 포함한다.
「중화」는 중국인들의 자칭명칭이다. 「중」은 사방의 중앙에 위치한다는 뜻이며. 「화」 는 문화를 갖고있다는 의미이다. 고대 중국의 군주는 많은 도읍을 정하의 남북에 건설했었다. 후세에 그땅을 「중화」또는 「중원」, 때로는「화하」라고 불렀다. 「중화」란 말은 이미 『위서·예지』에도 나온다.
이른바 「중화사상」이란 중국인의 의식속에선 하나의 혈육처럼 생각되고 있다. 『시경』에 이런 구절이있다.
보천지하. 막비왕토.
솔토지준, 막비와신.
온천하와 온 백성이 왕의 땅, 왕의 신하가 아닌것이 없다는 뜻이다. 근대경제에서 말하는 대등한 무역을 중국인들은 조공으로 생각하고 있을 정도이다. 중국 바깥에선, 그것이 자존망대로보이는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중화사상의 본질은 자연에의 순종, 중도사상, 유교의 인의등에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중국은 중화사상, 즉 중용을 모든 정책의 근저로 삼는다. 이런 얘기가 있다. 「흐루시초프」와 모택동의 관계가 악화되었을때 「흐루시초프」는 이런말을 했다.
『아무리 공산주의자라도 중용사상쯤은 알아야지!』 중국사람이 해야할 말을 소련사람이 먼저 해버렸다.
오늘의 모택동과 중국의 전통적사상과 사이에 어떤 공감을 느끼게 하는「에피소드」이다. 사실「중화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사이에서 그 중화의 본질은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는 흥미있는 역사적 과제이다.
우리정부는 어제 서해의 대륙붕 문제로 중화인민공화국「상국」(authority)과 협의할 뜻이있다는 성명을 공식발표했다. 관심은 그 호칭에 더 쏠리고있다. 외신에 따르면 「중화인민공화국」은 「South Korean authority」라는 호칭으로 우리를 부르면서 서해의 대륙붕문제를제기했다.
이것은 이미 1954년「제네바」회의에서 당시의 소련외상「몰로트프」와 「중공」의 주은내가 「대한민국」이라고 불렀던것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모두 외교적인 암산에서 오가는 호칭이다. 54년도엔 북한을 승인하게할 목적으로 그런「제스처」를 보였으며, 지금엔 문제를 제기하려는 입장에서 다르게 부르고 있는것 같다. 아뭏든 우리정부가 「중화인민공화국상국」이라고 부른것은 새시대의 공기를 조금은 호흡하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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