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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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아들이나 딸의 배우자를 고르는데 아무래도 마음이 안 놓일 때 극성스러운 어머니들이 점장이를 찾는다. 장사를 하는 사람이 무슨 큰 계약을 해놓고는 마음이 안 놓여 점장이에게 간다. 남편이 바람을 피워 가족을 돌보지 않을 때, 그 부인이 점장이에게 어떻게 될 것이냐고 묻는다. 오랫동안 앓는 사람의 가족이 하도 답답해서 점이나 쳐본다고 점장이를 방문한다.
대학입시에 합격될 것인가, 국회의원에 당선될 것인가, 돈을 벌게 될 것인가, 앞으로 운수가 틔게 될 것인가 그런 것을 사람들은 점장이에게 묻는다. 혹은 심심풀이로 호기심에서 친구와 함께 갔다가 그럼 나도 좀 보아 달라고 손금을 보이거나 관상을 보이거나한다.
마음이 불안하고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를 때 사람들은 모두다 무엇에 매달리고 싶은 심정에 사로잡힌다. 성숙한 사람은 그러나 그 괴로움을 참을 수 있다. 그리고 자기가 절정한 일에 책임을 진다. 그러나 마음이 굳건하지 못한 사람은 남이 좋다고 말해주지 않으면 안심이 안 된다. 남의 말만으로도 안심이 안 될 때 점(점)의 마술적이며 초자연적인 힘에 의지하려한다.
그러면 이런 초자연적인 힘은 정말 존재하는가. 심리학에서는 그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길 래 옛날중국의 검술 책인 역경(역경)같은 것은 동서의 여러 학자들에 의해서 여러 각도에서 연구되었고 그들은 그 속에 있는 깊은 뜻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나 우리주변에 있는 많은 점장이들이 모두 그러한 깊은 뜻을 연구하고 이해한 사람들이라고 믿을 수 있을까. 나는 감히 점장이 관장 장이의 백중99명은 근저 주워들은 풍월로 왈가왈부 하고있다고 단언하고 싶다.
똑같은 생년월일과 시를 점장이 모르게 두 사람이 따로 가지고 갔을 때「점」의 내용이 달라질 뿐 아니라 찾아간 사람의 마음에 들도록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은 흔히 듣는 말이다.
점장이는 실상 사왕가 나타내는 숫자를 계산하고있는 게 아니고 손님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다. 우스운 일은 손님들이 자기도 모르게 점장이에게 과거를 하소연해놓고는 점장이가 재빠르게 그 말을 받아하면 잘 맞춘다고 혀를 차며 감탄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점장이를 찾는 사람이 반드시 점장이의 말을 절대적으로 믿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마치 노름꾼의 심리나 술래잡기를 하는 아이들의 「스릴」과 같은 것이다. 사람들은 꽤 거짓말인줄 알면서도 거짓말에 속기를 좋아하는가. 진실을 안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또한 괴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생이 거짓말 가지고 값싸게 처리될 수 있는 것인가. 불안할 때일수록 여유를 갖고 인생을 보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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