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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팍」의 시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8년의 역사를 가지는 「아스팍」(「아시아」태평양각료이사회)은 주변 정세의 격변으로 말미암아 시련을 겪고 있다. 13일 「방콕」에서 「아스팍」상설위원회가 개최되게 되었지만 금년의 「아스팍」 제8차 회의가 열릴 것인지 아닌지는 이 시점까지 미지수이다.
이렇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일부 회원국들이 「아스팍」을 냉전 시대의 소산물로 생각하기 때문이며 그밖에도 「아스팍」 회원국들 자신의 주·객관적 여건이 크게 변동된 데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미·중공 관계 개선, 일·중공 수교에 따른 자유중국의 국제적 지위 약화, 만주·「뉴질랜드」의 노동당 정권 등장과 대중공 접근, 「동남아 국가연합」(애이시언)의 중립화 선언 등이 직접·간접으로 「아스팍」의 장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10일 「말레이지아」는 그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아스팍」에서의 탈퇴를 공식으로 시사했는데 그밖에도 일부 회원국들 가운데 「아스팍」의 존재 의의에 대해 회의를 품게 된 나라들이 점점 더 많아져 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점 「아스팍」의 존속은 한국 단독으로 결정할 것이 아니요, 관계국의 호응이 있음으로써 가능한 것이므로 회원국이 동조하지 않을 때 그 전도는 실로 어둡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아스팍」의 본래 목적이 호화와 공동 번영을 위한 것이었다면 어떤 형태든 그 전람이 바람직함은 더 말할 것이 없다.
「아스팍」은 「동남아 국가연합」 또는 일본이 주동한 「아시아」경제 각료회의와 경합되는 존재로 생각할지 모르나 타지역 협력체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긴밀한 협조를 다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스팍」은 과거 7차이 걸쳐 회의를 거듭함과 더불어 그 성격을 뚜렷이 했다. 다시 말해서 비정치·비군사 기구로서 회원국간의 비경·기술·사회·문화의 협력을 다짐하고 회원국의 문호를 널리 개방할 것을 천명한바 있다.
「아스팍」의 「프로젝트」는 서울의 「아스팍」 사회 문화「센터」를 비롯해서 다같이 비정치·비군사에 관한 평화 지향적인 공동 번영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들이다.
따라서 「아스팍」 일부 회원국들이 「아스팍」의 성격이나 그 존재 의의에 대해서 회의를 가질 근거는 조금도 없다. 외교의 기조는 신뢰라고 하지만 8년 동안 성장한 「아스팍」의 존속 여부가 검토되고 있다는 것부터가 유감스러운 것이다.
현 국제 정세가 「대국 협조 시대」 또는 「아시아」세력 균형이 변천되는 시대로 간주되기도 하지만 그럴수록 「아스팍」의 존재 의의는 크다.
「아스팍」은 한국이 주동이 돼서 창설됐다는 점에서도 한국은 존속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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