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대 국회의 개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12일 제9대 국회가 개원식을 가짐으로써 5개월만에 헌정이 정상화되었다. 그 동안 직선과 간선 의원들을 망라한 원내 교섭 단체의 구성도 끝나, 유신 정우회 73명 공화당 71명 신민당 52명 무소속구 21명 등의 다원적 세력 분포도가 형성케 되었다.
이리하여 제9대 국회는 4개 원내 교섭 단체의 성립 등 실질적으로 여당과 야당의 구분이 명확하지 못한 채 혼영 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의 집회 요구로 열린 이번 임시국회의 회기는 6일밖에 안되며 대통령이 요구한 인사안만 처리하면 폐회되게 된다. 이번 회기에서는 원의 구성과 상임위원회의 구성 등이 행해진 뒤 인사안이 의결될 것이다. 신국회법상 강력한 권한을 가진 국회의장에는 정일권 의원이 선출되었다. 의장은 직권에 의하여 상임위원회 위원을 배정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구에는 상임위원회도 구성이 완료되어 국회는 정식으로 그 기능을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번 국회에서는 김종필 총리의 임명 동의안이 통과될 것이고, 대법원장의 임명 동의와 헌법위원회 위원·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의 선출도 행해지게 되었다. 이로써 모든 헌법기관의 구성이 일단락 되는 것이다. 국회가 6일간의 회기 후에 폐회되면 언제 또 개회될지 알 수 없다. 야당은 원내 3분의 1의 의석을 가지고 있지 못하므로 단독으로는 임시회의 소집 요구조차 불가능하다. 또 의사 진행에 있어서도 소수파로서의 애로를 감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신국회법은 국력의 조직화와 능률의 극대화를 위하여 원내 질서 유지 등에 강력한 배려를 하였고, 종전과 같은 소수파의 견제 활동에는 많은 제약을 가한 것이므로 앞으로 신민당이나 무소속 구락부의 활동에는 상당한 애로가 따를 것이다. 그러나 소수파들도 위축됨이 없이 민의를 반영하는데 힘써주기 바란다.
현행 헌법상 국회는 정당 대결을 통한 대의정치 일반의 이상을 실현하기는 어려운 지위에 있다. 국회 안에서의 여·야 대결도 실상 유신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유신 체제의 목적 달성을 위한 선의의 방법 논쟁의 범주를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점, 야당은 앞으로의 원내 활동에 있어서도 이러한 제약 하에서나마 최선을 다하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 같은 상황하 여당과 유정회 등 다수파는 국회의 능률화와 전문화에 대하여 특히 무거운 실임을 지고 있기 때문에 소수파와도 대화를 통하여 협조하는 대자의 금도를 보여주기 바란다.
여·야 국회의원 중 다선 의원들은 과거의 국회의 비능률적이고 비생산적인 운영을 지양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요, 국회의 해산이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하여서도 의정을 통하여 국민에게 봉사하는 올바른 자세가 무엇인가를 보여주기 바란다. 또 새로이 국회에 진출하게 된 90명의 신임 의원들은 자기의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여 생산적인 국회, 국민의 의사를 순수하게 입법에 반영하는 능률적인 국회를 만드는데 노력해 주기 바란다.
지역구 출신 의원뿐만 아니라 국민회의 선출 의원들도 다같이 국민의 대표자로서 국회에 진출한 것이므로 이들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매우 크다고 하겠다. 모든 국회의원은 상임위원회 중심주의의 국회법에 따라 전문적인 식견과 소속정당·정파에 앞서 보다 큰 시야에서 국리민복을 생각하는 양식으로 상위 활동에 임해 주기 바라며, 특히 앞으로의 상임위원회는 되도록 공개하여 국민의 비판을 받고 올바른 민의를 반영하는데도 유념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