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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새 아시아 전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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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워싱턴=김영희 특파원】미국의 군사전략은 한국동란이 끝난 이후 「아이젠하워」행정부의 대량보복전략에서 「케네디」·「존슨」 행정부의 확증파괴전략을 거쳐 「닉슨」행정부의 「현실적 억제전략」까지 당도했다. 「닉슨」행정부관리들의 다분히 당파적인 설명에 따르면 「아이젠하워」의 대량보복전략은 미국의 절대적인 핵 우위를 근간으로 하여 미국의 개입을 필요로 하는 전쟁을 방지하는데 성공했지만, 미국의 핵 우위가 무너져 가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케네디」·「존슨」의 확증파괴전략은 결과적으로 미국의 월남전개입을 가져왔다.
「닉슨」의 현실적 억제전략은 이와 같이 민주당정권의 기본전략을 비판하면서 『70년대의 새로운 현실에 맞는 수단으로 핵전쟁은 물론이고 제2의 월남전쟁을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
70년대의 새로운 현실이라는 것은 ①전략적 현실 ②인력의 현실 ③재정적 현상 ④정치적 현실의 네 가지로 분류한다.
전략적 현실은 소련의 핵 전력이 미국과 대등해지고 중공이 핵무장을 하기에 이른 것, 인력의 현실은 징병제도의 폐지, 인건비 상승으로 병력수준을 대폭 낮추지 않을 수 없게 된 것, 재정적 현실은 국방비를 줄이라는 국내의 압력, 「코스트·인플레이션」이 심각하게 된 것, 그리고 정치적 현실은 소련의 세계적인 존재가 확대되는 반면 미국의 공약을 축소하라는 압력은 가중되고 군부에 대한 반감이 높아가고 평화공존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커가는 것을 각각 의미한다.
물론 이런 것들 말고도 미국으로 하여금 세계적인 역할과 전략개념을 수정 또는 재검토하게 하는 요소는 많다. 미국의 힘의 한계 같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다만 「닉슨」행정부는 공식으로는 아직 미국의 힘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레어드」 전 국방장관은 1월8일 마지막 의회증언에서 『미국이 힘의 우위, 위신, 그리고 압도적인 경제력으로 인하여 자동적인 안전보장의 우위를 누리던 시대는 지났다』고 전제하고 『따라서 우리는 효과적인 국가안보계획의 수립에 모든 자원을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우리자신의 이해와 대내적인 문제를 참작하여 우리의 국제적 역할을 현실적으로 제한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레어드」가 말한 모든 자원의 통합- 이것이 바로 현실적 억지전략의 기둥이 되는 총체적 전략의 기둥이 되는 총체적 전력(Total force)개념이고 「닉슨」행정부가 월남전 이후의 「아시아」에서 철저히 실천하려는 정책이다. 「닉슨」행정부의 모든 대외정책은 「닉슨·독트린」- 현실적 억제전략- 총체적 전력의 3층 건물 속에 들어간다.
총체적 전력개념은 외교·군사·경제 심지어 도의에 이르기까지의 미국의 모든 국력을 대외정책목표의 달성에 투입하고 예비군병력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것이고 우방의 군사력을 미국의 전력과 통합된 단위로 간주하는 것이다.
외교목표의 달성을 위해 모든 자원을 동원한다는 것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아시아」우방의 군사력을 미국의 군사력과 조화시킨다는 것도 방위조약에 있는 그대로다. 총체적 전력의 개념이라는 거창한 이름 밑에 숨은 현실은 병력의 자기부담이다. 「월남화 계획」이 그것이고 한국서도 국군근대화5개년 계획으로 한국방위의 「한국화」가 진행중이다.
이와 같은 「아시아」방위의 「아시아」화를 가능케 하고 제2선에서 그것을 뒷받침하는 것은 「마리아나」군도를 중심으로 포진하는 전략핵무기와 미국본토에서 C-5A·C-l41같은 초대형 수송기를 중심으로 상시 대비태세에 있는 통상병력과 핵항모·핵잠수함을 주력으로 하는 태평양함대의 「핵 이빨」들이다.
미국은 자신의 개입가능성과 관련하여 「아시아」에서 일어날 전쟁의 성격을 ①중공개입이 없는 재래식 국지전쟁(Subtheater) ②중공이나 소련이 개입한 재래식 전면전쟁(Theater conventional threat), 그리고 ③소련이나 중공이 개입한 전면 핵전쟁(Theater nuclear threat) 의 세 가지로 구분한다.
①재래식 국지전은 피해당사자가 침략을 막아내는 책임을 지고 ②재래식 전면전쟁이 일어나면 미국은 미국 몫의 책임을 지되 「아시아」국가들은 가급적 한국의 월남지원, 월남의 「크메르」지원같은 지역협력체제를 활용하고 ③전면 핵전쟁에는 전면 개입한다고 정의를 내리고 있다.
재래식 전면전쟁에 미국이 지상군을 투입할 것인가는 분명히 하지 않고 있지만 미국관리들이 지상군개입은 최후수단으로 삼는다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재래식 전면전쟁의 대책은 피해 당사국의 독자적인 방위담당-지역협력-미지상군 투입이라는 3단계로 돼있는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미·중공 화해가 몰고 온 아시아의 다극화 현상은 지역협력의 가능성을 감소시켜 결국 재래식 전면전은 피해 당사국의 자위와 미국지상군 개입의 2단계로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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