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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의 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영국의 세계적인 재벌 「로스차일드」회사 안에는『황금의 방』(Gold Room)이라는 이름을 가진 방이 있다. .
여기서 매일 아침마다 「로스차일드」,「몬터규」,「골드슈미트」,「존·마세이」그리고「픽슬리」등 5개회사 대표들이 모인다.
이것은 2차 대전 전부터 오늘까지 조금도 변함없이 지켜 내려온 관습이다. 왜냐하면 「로스차일드」사는 영국 은행의 대리인이며, 영국은행(뱅크·오브·잉글랜드)은 또 「런던」시장에 대한 최대의 금 공급자인 남아공화국의 대리인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여서 전날까지의 금의 수급상황을 검토하면서 「런던」시장의 금 시세를 결정한다.
세계의 국제 금시장으로는 「취리히」 「브뤼셀」 「베이루트」등 시장이 있다. 지방 자유시장은 그밖에도 세계도처에 깔려있다.
그러나 「런던」시장이 세계에서 제일 규모가 크다. 1964년의 세계의 금 공급액은 18억 「달러」였다. 이 중 7억 「달러」가 「런던」시장을 통해서 거래됐다.
그러니 『황금의 방』에 모여서 「런던」시장의 금 시세를 쥐고 있는 「로스차일드」사 등 5개 사 대표들이 세계의 금값을 주름잡는다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그런 「런던」의 금값이 최근 수일 내 「온스」당 96「달러」로 껑충 뛰었다. 사상최고의 값이다. 그리고도 아직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몇 년을 두고 세계의 금값은 「온스」당 35「달러」를 오르내리고 있었다. 그게 지난 연말에 「달러」평가절하를 앞두고 65「달러」로 껑충 뛰어 오르더니 계속 급등하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세계에서 금값이 가장 비싼 곳이 한국이었다. 「런던」시세가 43「달러」였을 때 한국의 시세는 78「달러」나 되었었다. 지금은 말로만 1돈쭝에 4천 8백원, 그러니까 「온스」당 91「달러」이지 매매는 전혀 없다. 금이 자취를 감춘 것이다.
어느 상품이나 수요에 공급이 미치지 못할 땐 값이 오른다. 금도 마찬가지다. 다만 한국에서 금값이 늘 국제시세를 상회한 것은 경제외적 원인에 의해서였다.
이번에 「런던」의 금값이 급등한 것은 한마디로 「달러」의 마력이 예전만 못해진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제통화는 금 아니면 「달러」였다. lMF(국제통화기금)의 협정문을 봐도 각국 통화의 평가는 금 또는 「달러」로 표시되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었다.
그런 「달러」가 미국의 심한 무역역조로 서독이나 일본에 편재해 가며 있는 것이다. 금도 이를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세계의 금이란 무진장한 것이 아니다. 15세기말부터 1940년까지 전세계에서 생산된 금을 한 덩어리로 모아도 44 입방「피트」밖에 안 된다.
금의 편재가 세계적인 파문을 일으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30년대의 세계불황이 금의 미국편재 때문이기도 했다는 사실에 미루어 적이 염려되는 오늘의 세계 경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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